르누아르 Renoir (2012)

2014.02.05 19:38

DJUNA 조회 수:8256


쥘 브루도스의 [르누아르]는 이번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의 프랑스 출품작입니다. 이 영화가 더 인기있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미국 개봉일자와 관련된 규정 때문이었나 봅니다. 제가 더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만.

전기영화입니다. 단지 제목은 중의적이죠. 이 영화의 르누아르는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와르일 수도 있고, 그의 아들인 미래의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둘 다일 수도 있고요.

영화의 시대배경은 1915년입니다. 아직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죠. 영화를 끌어가는 인물은 막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모델로 고용된 데데입니다. 신경통에 시달리면서도 끊임없이 작업에 몰두하는 노화가의 세계에서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데데는 다리에 부상을 입고 돌아온 장 르누아르의 연인이 됩니다.

영화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세대의 교체입니다. 아버지는 죽어가고 있는 인상주의 화가이고 아들은 막 발명된 새로운 매체인 영화에 뛰어들려고 준비를 하고 있죠. 두 사람은 모두 한 여자에 매료되어 있는데 아버지는 그 여자를 이상적인 누드 모델로 보고, 아들은 같은 여자를 미래의 주연배우로 삼습니다. 바깥에서는 그들이 알고 있는 옛 세계를 멸망시키는 거대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늙은 화가는 젊은 여자의 살결에만 집착하고 있고 아들은 아직도 전쟁 후유증을 앓고 있고 그러면서도 다시 동료들이 죽어가는 전쟁터로 돌아가길 바라죠. 프랑스 시골에서 조용하고 나른하게 전개되어 가는 이야기지만 밑에서는 지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성실하고 건전하지만 나른한 영화입니다. 의미있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극적이지는 못하죠. 실제 인물 관계나 사건에 약간의 허구와 과장을 넣어 드라마를 만들려는 시도는 보이지만 (예를 들어 영화에서 죽은 르누아르 부인이 고용했다는 데데는 앙리 마티스가 르누아르에게 소개해주었던 모델이었죠) 그렇다고 정도를 넘어설 생각은 없나봐요. 그 때문에 영화는 위대한 비주얼 아티스트였던 두 등장인물의 그림자에 조금 눌려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촬영감독 리판빙이 이 영화를 마치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그림을 흉내내는 것처럼 화사하고 따뜻한 빛으로 채웁니다. 유감스럽게도 왕십리 CGV에 있었던 시사회의 소스는 화질이 아주 나빴어요. 일부러 뿌연 화면을 의도한 건 분명했지만 그래도 제가 본 허옇게 붕 뜨고 거칠거칠한 그림은 뭔가 잘못된 거죠. (14/02/05)

★★★

기타등등
로만 보랑제가 잠시 나오는데 나이 든 모습에 조금 충격 먹었습니다. 하긴 한 동안 이 배우를 영화에서 못 봤어요.


감독: Gilles Bourdos, 출연: Michel Bouquet, Christa Theret, Vincent Rottiers, Thomas Doret, Romane Bohringer, Michèle Gleizer, Laurent Poitrenaux

IMDb http://www.imdb.com/title/tt215033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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