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2014)

2014.03.15 15:18

DJUNA 조회 수:10539


[몬스터]는 [시실리 2km], [도마뱀], [두 얼굴의 여친]의 각본을 쓰고 [오싹한 연애]]를 연출한 황인호의 신작입니다. 지금까지 나사가 살짝 빠진 것처럼 불안하게 흔들리는 장르 잡종 이야기를 쓰고 만들었던 사람이죠. 솔직히 전작들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몬스터]에 대한 제 의견도 그렇게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몇 가지 점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싶습니다만.

복수극 이야기입니다. 한 줄로 줄이면 '연쇄살인마와 동네 미친년의 대결'로 요약할 수 있지요. 연쇄살인범 태수는 살인 목격자인 어린 소녀 나리를 추적하다가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동네 미친년' 복순의 동생 은정을 살해합니다. 시체는 사라지고 아무도 모자란 복순을 믿지 않아요. 태수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 복순은 나리와 함께 태수를 찾아나섭니다.

이 정도면 모든 게 명백하고 단순해보입니다. 의외적인 설정을 도입한 호러/스릴러/코미디죠. 벌써 장르가 세 개나 들어갔지만 이 정도면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안정된 영역입니다. 장르 혼합이긴 하지만 선례가 많고 그 자체로 안정된 장르입니다. 인기있는 칵테일 음료에 비교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영화는 그 안정성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쉽게 관객들을 자극할 수 있는 무난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데, 심술궂게 그걸 계속 피해서 가요.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또는 재미없는 부분은?) 영화가 '스릴러 장르식 긴장감'을 깨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면들을 계속 연장만 해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영화는 스릴러의 호흡을 끊고 그 안에 멜로와 코미디를 넣는데, 거기 삽입된 코미디도 이런 칵테일 장르에서 잘 쓰지 않는 것들을 잔뜩 끌어와 넣었습니다.

그 때문에 쉽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이 분위기가 아주 자연스럽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어요. 일부러 그런 불균질함을 만들어낸 흔적, 그러니까 연출된 태도가 남아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인위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몬스터]의 지향성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기대했던 재미를 주는 영화는 전혀 아니고 취향은 엄청 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란 말이죠. 전 [몬스터]가 성공적인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영화 내내 계속 관객들의 기대를 깨며 옆길로 빠지는 아슬아슬한 흐름을 즐겼어요.

취향과 상관없이 좋은 건 캐스팅입니다. 김고은, 김부선, 이민기, 안서현... 다들 기가 막히게 캐스팅된 배우들이고, 이 살벌하고 어색한 분위기 안에서 서로와 잘 어울리며 모두 잘 합니다. 괴상하게 들 뜬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눌러주는 것도 이들 덕택 때문이죠. (14/03/15)

★★☆

기타등등
엔드 크레딧의 카메오와 후반부에 등장하는 모 스마트 폰 때문에 최근에 본 어떤 영화가 자꾸 생각나더군요.


감독: 황인호, 출연: 김고은, 이민기, 김뢰하, 안서현, 김부선, 남경읍, 김보라, 박병은, 다른 제목: Monster

IMDb http://www.imdb.com/title/tt358945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4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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