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13)

2014.04.10 20:52

DJUNA 조회 수:8365


[시선]은 이장호가 [천재선언] 이후 19년의 침묵을 깨고 만든 신작 장편영화입니다.

영화는 두 개의 소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2007년에 일어난 탈레반 샘물교회 신자 납치사건입니다. 다른 하나는 일본 막부 시대 가톨릭 탄압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인 엔도 슈사쿠의 [침묵]입니다. 이장호는 원래 조선시대 기독교 탄압을 무대로 소설을 번안하려다가 샘물교회 이야기를 듣고 무대를 바꾸었다고 합니다.

만들어진 결과물은 샘물교회 이야기에 [침묵] 테마를 억지로 얹은 것 같습니다. 이스마르라는 가상의 동남아 국가(캄보디아에서 찍었습니다)에 선교 봉사 활동을 떠난 한국인들이 이슬람 반군에게 납치됩니다. 정부에서 돈을 지불하면 될 거 같았지만 이슬람 지도자들은 이들에게 배교를 요구합니다. 물론 이 영화에 나온 성경 난도질은 원작의 성화 밟기를 개조한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은 이장호가 영화 속에서 그리는 이야기는 현실세계에서 거의 일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이슬람 반군들은 정말 이상하게 행동해요. 특히 이들이 캄보디아 근처의 동남아시아 국가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고요. 한마디로 이장호는 영화를 만들기 전에 취재를 안 했습니다. '중동과 아프리카 이슬람 국가에서 일어난 일들을 동남아로 옮겨도 되겠지', '여기에 [침묵] 이야기를 얹어도 되겠지'하고 대충 생각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영화의 이슬람 반군은 이장호가 자신의 빈약한 지식과 한국 개신교식으로 왜곡된 상상력을 결합해 만든 허구의 악마입니다. 이건 실제로 존재하는 이슬람교를 비판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영화 안에는 극단적인 이분법만이 존재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교회 사람들과 이스마르 마을 사람들이 완벽한 선인이나 악인으로 묘사되지 않았다고 해서 어떤 입체성을 기대해선 안 됩니다. 교회 사람들의 문제점은 신앙으로 극복될 수 있고 마을 사람들은 교화 대상입니다. 그리고 그들 위에서는 절대선인 개신교와 사악한 이슬람교가 존재합니다. 저에겐 이들이 마치 동네 영역권으로 놓고 다투는 조폭조직처럼 보입니다. 물론 이장호는 자기 영화가 그렇게 보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겁니다.

철저하게 신자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선교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선교의 기능은 심각하게 떨어지죠. 샘물교회 사건에 대한 이장호의 관점은 단순합니다. 위험지역의 해외 선교는 무조건 옳으며 샘물교회 신자들은 모두 오해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내민 유일한 증거는 그들이 쓴 수기입니다.) 그는 이 관점에 대한 어떤 비판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 알죠. 수많은 목사들과 기독교인들이 납치된 교인들을 위해 기도를 드릴 때 밑에 '개독교 악플'이 깔리는 걸 보시죠. 한마디로도 무슨 비판이 나와도 그는 그걸 개소리라고 해석할 것입니다.

[멘데이트] 같은 괴작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건 [멘데이트] 같은 괴작도 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이장호가 갖고 있는 감독으로서의 기본기가 정말로 쓸모없는 소재에 낭비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게 그가 앞으로 만들 예정이라는 '신본주의'에 바탕을 둔 영화의 표본이라면 그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14/04/10)

★☆

기타등등
이 영화를 찍은 뒤 얼마되지 않아 배우 박용식은 패혈증으로 세상을 떴습니다. 이장호는 그의 죽음을 순교라고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전 자기가 만드는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멀쩡하게 살아있을 사람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태도가 불쾌하기 짝이 없더군요.


감독: 이장호, 출연: 오광록, 남동하, 김민경, 이영숙, 서은채, 홍성춘, 이승희, 이호, 다른 제목: God's Eye View

IMDb http://www.imdb.com/title/tt306908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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