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처음 나왔을 때 든 생각은 '왜 벌써 이 영화를 리부팅하는 거지?'였습니다. 샘 레이미의 삼부작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굳이 이걸 리부팅시킬 필요는 없어보였어요. 영화를 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여러 모로 다른 개성의 영화였지만 그래도 후자는 잉여처럼 보였죠.

여전히 전 이 영화가 너무 빨리 리부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는 그럭저럭 영화는 자기 목소리를 찾았어요. 전편에서 뿌렸던 떡밥을 연장해서 음모론 이야기를 확장하고 그웬 스테이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써먹으면서 저번 삼부작과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지요. 여전히 같은 이름의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해 괴상한 데자뷔 현상을 일으키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새로운 [스파이더맨] 영화로 받아들일만 해요.

웹의 [스파이더맨]은 레이미의 블록버스터물보다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춘들을 내세운 멜로드라마에 가깝습니다. 피터 파커는 지금까지 나온 스파이더맨 중 가장 피터 파커로 있는 시간이 긴 것 같습니다. 피터 파커로서의 고민이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액션보다 더 중요한 거죠. 그건 악당으로 등장한 맥스 딜런(일렉트로)나 해리 오스본(그린 고블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게 수퍼 악당의 모습은 본명의 캐릭터가 한계를 넘어설 때 간신히 구원자처럼 잠시 나타났다가 픽 사라져버립니다. 액션 영화를 기다렸던 관객들은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멜로드라마 역시 완전히 집중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독립된 이야기들이 음모론까지 더해져서 병행 진행되는 형식이라 계속 몰입을 방해하지요. 다행히도 계속 예고되었던 그웬 스테이시 스토리 라인이 이들을 묶고 강한 드라마를 만들어냅니다. 캐릭터의 끔찍한 활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작가들은 이 캐릭터를 소모품으로 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액션이 적긴 하지만 스파이더맨 특수효과는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레이미의 1편과 비교하면 정말 다른 세대의 작품처럼 보이죠. 단지 일렉트로는 설득력 있게 그리기 어려운 캐릭터이고 그린 고블린은 너무 조금 나와서 비율이 잘 맞지는 않아요.

레이미의 2편과 웹의 2편을 비교해보면 여전히 레이미 영화의 승리입니다. 아직도 [스파이더맨 2]는 지금까지 나온 마블 수퍼 영웅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입니다. 만화책 영화의 액션과 성장물과 로맨스를 이처럼 잘 결합한 영화는 드물죠. 웹의 2편도 장점은 많지만 레이미처럼 안정적인 영화로 만들어지지는 못 했습니다. 묘하게 균형을 잃어 그게 더 재미있는 영화 정도랄까. (14/04/30)

★★★

기타등등
메리 제인 장면이 조금 들어갔다가 삭제되었다던데,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게 들어갔다면 분위기만 깨졌죠.


감독: Marc Webb, 출연: Andrew Garfield, Emma Stone, Jamie Foxx, Dane DeHaan, Colm Feore, Felicity Jones, Paul Giamatti, Sally Field, Embeth Davidtz, Campbell Scott, Marton Csokas

IMDb http://www.imdb.com/title/tt187218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4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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