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인 [씬 시티]가 그랬던 것처럼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도 하드보일드 소설과 필름 느와르 영화의 스타일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코믹북처럼 그려낸 영화입니다.

전편처럼 짧은 단편들이 느슨하게 묶여 있습니다. 프롤로그인 [Just Another Saturday Night]와 메인 스토리인 [A Dame to Kill For]는 오리지널 [씬 시티] 단편이 있고 나머지 에피소드인 [The Long Bad Night]과 [Nancy's Last Dance]는 영화를 위해 새로 쓴 이야기입니다. 오리지널 이야기는 모두 전편의 악당인 로어크 상원의원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편과 원작이 같은 영화를 거의 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스타일로 만들었으니 많이들 전편과 비슷한 수준의 완성도를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전편과 비슷하면서도 이전의 재미는 주지 못합니다.

우선 스타일의 문제가 있습니다. 전편에서 프랭크 밀러의 코믹북 스타일은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반복되자 극도로 인위적인 스타일이 대부분 그렇듯 이전의 약발을 잃어버렸어요. 반복하려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했어야죠. 9년의 세월이 지나자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거의 다섯 번째 속편처럼 보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이야기가 전편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메인스토리인 [A Dame to Kill For]는 섹스로 남자들을 조종해서 파멸로 몰고 가는 팜므 파탈 이야기로, 하드보일드물의 패스티시를 쓰는 작가가 이 이야기를 넣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 건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아무런 재해석도 없이 과장만 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렵죠. 이러니 에바 그린의 강한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종종 [웨인즈 월드 2]처럼 보입니다. [The Long Bad Night]과 [Nancy's Last Dance]도 복수극으로는 싱거운 편이고요. 특히 [The Long Bad Night]은 관대한 관객도 "아, 이런 개념으로 쓴 이야기군."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해주어야 할 만큼 밍밍합니다.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훌륭하고 캐스팅도 좋으며 전편에서 맺지 못했던 권선징악을 마무리 짓는 영화이니 전편의 팬이라면 한 번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전편이 다져놓은 [씬 시티] 우주를 확장하는 작품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우리가 '속편'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연상할 수 있는 딱 그런 종류의 영화입니다. (14/08/30)

★★☆

기타등등
1. 배우 두 명이 바뀌었습니다. 미호 역은 제이미 정이 맡았는데 전에 미호를 연기했던 데븐 아오키가 임신 때문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더군요. 전편에선 클라이브 오웬이 연기했던 드와이트 역은 조시 브롤린이 맡았는데, 이건 [A Dame to Kill For] 에피소드가 [The Big Fat Kill] 이전에 일어났고 드와이트가 성형수술을 했다는 설정 때문인 모양입니다. 브롤린이 잘 하긴 하는데, 그래도 꼭 배우를 바꾸어야 할 상황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2. 국내 제목 끝에 달린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내용과도 안 맞고, 멋도 없고...


감독: Frank Miller, Robert Rodriguez, 배우: Mickey Rourke, Jessica Alba, Josh Brolin, Joseph Gordon-Levitt, Rosario Dawson, Bruce Willis, Eva Green, Powers Boothe, Dennis Haysbert, Ray Liotta, Christopher Meloni, Jeremy Piven, Christopher Lloyd, Jaime King, Juno Temple, Stacy Keach, Marton Csokas, Jude Ciccolella, Jamie Chung, Julia Garner, Lady Gaga

IMDb http://www.imdb.com/title/tt045848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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