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헤이즐 The Fault in Our Stars (2014)

2014.07.30 23:32

DJUNA 조회 수:11003


[안녕, 헤이즐]의 원작은 존 그린의 베스트셀러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입니다. 원래 제목이 썩 좋고 번역서 제목도 이를 따르고 있는데, 왜 [안녕, 헤이즐] 같은 재미없는 제목을 붙였는지 모르겠어요.

시한부 연애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암환자가 나오는. 암환자 서포트 그룹에서 만난 두 청소년 이야기예요. 여자 주인공 헤이즐 그레이스는 갑상선 암이 폐로 전이되어 남은 평생 동안 산소 탱크를 끌고 다니며 살아야 합니다. 남자 주인공 어거스터스는 골육종 때문에 한쪽 다리를 잘라냈죠. 앓고 있는 병이 엄청난 핸디캡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둘은 다른 십대 아이들처럼 연애를 합니다. 사귀는 사람들이 종종 그러는 것처럼 이들은 좋아하는 책을 같이 읽기도 하는데, 헤이즐의 애독서인 피터 판 하우텐의 [장엄한 고뇌]는 이들의 관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죠. 심지어 이들은 작가를 만나 소설의 후일담을 듣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고루할대로 고루한 소재지만, 존 그린은 이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청소년 소설을 만들어냈습니다. 두 주인공들은 소설로 쓴다면 자기네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뻔해질지 인식하고 있을만큼 똑똑하고 유머 감각도 풍부한 아이들입니다. 그 때문에 종종 지나치게 치기어린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린은 그들이 그런 설정의 진부함과 치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딜 수 없는 고통과 공포에 맞서 싸우는 어린아이들이라는 걸 무시하지 않아요.

영화는 소설에 충실한 편입니다. 소설 속 많은 대사들이 살아있고 소설의 흐름에서 벗어난 부분도 거의 없어요. 셰일린 우들리와 안셀 엘고트의 캐스팅도 나쁘지 않고요(우들리는 상당히 좋습니다.) 예의 바르고 정중한 할리우드 베스트셀러 각색물이죠. 많은 독자들은 만족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전 좀 불만족스럽더군요. 원작의 이야기를 따라가긴 하는데, 오로지 표면에만 충실하다고 할까요. 이 아이들의 영리하고 멋스러운 행동 밑에 고통과 공포가 깔려 있다는 걸 자꾸 까먹는 거 같아요. 소설에서는 무시할 수 없게 분명히 그려진 이런 장면들이 영화 속에서는 예쁜 삽입곡과 그림 속에 가려져 희미하기만 합니다. 그 때문에 누군가의 죽음으로 끝나는 결말도 기대보다 싱거운 편이고.

그래도 괜찮은 청소년 영화입니다. 단지 십대소녀팬들에게 기대는 예쁜 팬시 상품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만한 용기가 있는 사람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거죠. 이들의 타겟인 '십대소녀팬들'도 그 영화를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14/07/30)

★★☆

기타등등
영화에 나오는 안네 프랑크의 집은 세트라더군요.


감독: Josh Boone, 출연: Shailene Woodley, Ansel Elgort, Nat Wolff, Laura Dern, Sam Trammell, Willem Dafoe, Lotte Verbeek

IMDb http://www.imdb.com/title/tt258284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8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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