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은 이혼 후 머물고 있는 친구집과 뉴욕 사이를 열차로 오가면서 철로변에 있는 집 하나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 집에는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은 부부가 살아요. 레이첼은 그 중 완벽한 여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아내 쪽에 집착하고 그 여자의 결혼생활을 멋대로 상상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여자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있는 것이 레이첼에게 들통난 지 얼마되지 않아 실종되어버립니다.

레이첼은 여기서부터 복잡하게 이 사건과 연결됩니다. 일단 실종된 여자 메간의 집은 이혼 전에 살았던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요. 심지어 전남편 톰과 그의 새 아내 애나가 고용한 보모이기도 하죠. 레이첼은 그 이전에도 꾸준히 톰과 애나를 찾아와 그들을 괴롭힌 적 있는 데다가 진상을 파헤친다고 메간의 친구 행세를 하며 메간의 남편 스콧에게 접근하기도 해요. 게다가 알코올 중독증이 심각한 레이첼은 최근 몇 달 간의 기억이 그렇게 온전치가 못합니다. 그리고 며칠 뒤, 메간이 시체로 발견됩니다.

[걸 온 더 트레인]은 폴라 호킨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원작의 무대는 영국이었지만 영화에서는 미국으로 옮겼어요. 원작은 몇 달 전에 읽었는데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주제를 가진 작품이라 생각했고 알코올 의존증으로 고통받는 믿을 수 없는 화자를 효과적으로 써먹었다고 생각했지만 추리소설로서는 설정이 너무 인위적이고 구성이 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단점은 영화로 만들면서 보완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영화를 본 뒤 감상은 어떠냐.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원작이 궁금할 겁니다. [걸 온 더 트레인]은 더 나은 원작을 갖고 만든 문제가 있는 영화처럼 보이거든요. 개선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스토리 따라가기에 급급합니다. 레이첼을 포함한 세 여자 주인공의 내면을 제대로 담아내기엔 러닝타임이 너무 짧고 이를 극복할만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원작이 가진 인위적인 설정을 다듬을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한 없이 난처한 상황에 말려든 주인공을 다룬 영화치고는 중반의 긴장감이 이상할 정도로 약하고요. 다시 말해 센세이셔널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다룬 영화치고는 별 재미가 없습니다.

캐스팅은 준수합니다. 배우들을 모아놓기만 해도 그림이 나오는 수준. 하지만 이 배우들을 갖고 할 수 있는 재료가 각색 과정 중 많이 날아가버렸지요. 그리고 영화는 배우들과 캐릭터를 최대한으로 활용할 생각은 없었던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에밀리 블런트는 잘 합니다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 배우의 외모를 망가뜨려가며 원작의 캐릭터를 최대한으로 살릴 생각은 안 했나봐요. (17/02/26)

★★

기타등등
리사 쿠드로가 잠시 나옵니다. 쿠드로의 캐릭터가 블런트의 레이첼 캐릭터를 보고 "레이첼, 오래간만이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프렌즈]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더라고요.


감독: Tate Taylor, 배우: Emily Blunt, Haley Bennett, Rebecca Ferguson, Justin Theroux, Luke Evans, Edgar Ramirez, Laura Prepon, Allison Janney, Lisa Kudrow

IMDb http://www.imdb.com/title/tt363111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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