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Searching (2018)

2018.08.14 23:49

DJUNA 조회 수:10781


주인공 데이빗의 딸 마고는 한밤중에 아빠에게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기고 실종됩니다. 처음엔 친구들과 등산이라도 간 줄 알았죠. 하지만 곧 실종되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수사가 시작됩니다. 경찰이 수색에 들어간 동안, 데이빗은 컴퓨터에 매달려 마고가 사용한 SNS와 이메일, 기타 서비스들을 오가며 지금까지 그가 몰랐던 마고의 진짜 모습에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아니쉬 차간티의 [서치]는 누군가가 어느 단계에서 만들 수밖에 없는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영화입니다. 아니, 이미 몇 년 전에 그 아이디어를 다른 영화가 이미 썼어요. [서치]의 제작자 티무르 베크맘베토프가 몇 년 전에 제작한 [언프렌디드]요. 영화 전체가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의 화면 위에서 벌어지는 거죠.

단지 [언프렌디드]가 하나의 컴퓨터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된다면 [서치]는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있습니다. 많이들 [업]을 떠올리는 도입부는 데이빗 킴과 그의 가족이 겪는 15년의 세월을 커버하고 있고 (당연히 그 동안 컴퓨터도 몇 번 바뀌었겠죠?), 본격적인 액션이 진행되면 데이빗과 딸 마고의 컴퓨터를 오가다 종종 회사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건너뜁니다. 화면도 고정되어 있지 않아요. 영화는 컴퓨터 화면의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며 중요한 부분이 있으면 확대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언프렌디드]보다 더 영화적인 어휘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비슷한 장르인 파운드 푸티지 영화와 마찬가지로 [서치]도 어느 정도 인공적인 셋업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행방향은 편리할 정도로 데이빗을 컴퓨터 앞에 가두고 있지요.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어느 정도 여유있는 편집이 개입되어 있고, 이게 주제와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온라인과 SNS에 연결되어 있는 21세기인의 존재방식과 불안요. SNS의 소통은 과연 얼마나 진실된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얼마나 큰 부분을 온라인에 남겨놓고 있는 것일까? 인공적인 셋업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주제와 스토리 전개는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요. 무엇보다 커서가 바쁘게 오가는 컴퓨터 화면은 주인공의 얼굴 표정만큼이나 확실하게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넓은 창입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아주 좋은 스릴러이고 추리물입니다. 관객들이 데이빗에게 몰입하며 마고를 계속 걱정하도록 계속 불안하게 밀고가면서도 '누가 마고를 어떻게 했는가?'라는 미스터리에도 충실해요. 관객들은 데이빗의 모든 추리 과정을 따라가고 있으니까 명탐정의 깜짝쇼는 없죠. 하지만 단서들은 올바른 곳에 배치되어 있고 복선들도 적절합니다. 반전과 폭로 파트에 도달해도 속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미 영화가 캐릭터와 그들의 상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주었으니까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 그랬었지!"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드는 그런 구조입니다. 평이해보이지만 생각보다 짜기 훨씬 어려운 각본이에요.

이런 형식이 파운드 푸티지처럼 독립적인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언프렌디드]의 속편들이 만들어지고 있긴 해요. 하지만 파운드 푸티지만큼 변주 가능성이 넓지는 않은 거 같지 않나요? 하지만 또 모르겠습니다. 언제까지 우리의 경험이 직사각형의 모니터에 갇혀 있으라는 법도 없고 이런 스토리 형식을 지지하는 또다른 기술이 나올지도 모르죠. (18/08/14)

★★★☆

기타등등
화면 속에서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의 이름을 찾아보세요.


감독: Aneesh Chaganty, 배우: John Cho, Michelle La, Sara Sohn, Joseph Lee, Debra Messing

IMDb https://www.imdb.com/title/tt766887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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