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액트 Second Act (2018)

2019.03.12 21:27

DJUNA 조회 수:6003


피터 시걸의 [세컨드 액트]는 오래간만에 본 제니퍼 로페스 주연작입니다. 검색해보니 제작도 했더라고요. 영화는 좀 고풍스러운, 그러니까 90년대에 자주 나왔던 중간 규모의 코미디-멜로드라마입니다. 아쉽게도 완성도는 그렇게 높지 않아요.

영화의 주인공 마야는 마트 체인점의 부매니저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내서 지점의 매출을 엄청 올려놨어요. 당연히 승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 자리는 MBA 출신 외부 직원에게 돌아갑니다. 마야는 대학 졸업장은 커녕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습니다. 차갑고 냉정한 현실이여.

그런데 엉뚱한 기회가 찾아옵니다. 프랭클린 & 클락이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온 거죠. 그런데 이 사람들은 마야가 아이비리그 출신에 어마어마한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친구의 아들이고 대자인 딜리가 가짜 배경을 만들어놨던 거죠. 거짓말에 찔리면서도 일자리를 거절하지 못한 마야는 회사에 들어가고. 사장의 딸인 조이와 새 피부제품을 만드는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조이가 가장 좋은 인력을 다 빼갔기 때문에 마야에겐 회사의 떨거지들밖에 안 남았습니다.

제가 편하게 보는 종류의 영화는 아닙니다. 제가 이런 종류의 거짓말 영화에 약하죠. 차라리 주인공이 뻔뻔스러운 사기꾼이라면 서스펜스를 즐기겠지만 마야는 그런 사람도 아니고요. 하지만 전 떨거지들의 도전 이야기를 좋아해요. 마야가 들통나기 전에 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경합에 승리하고 마야가 자신의 존재를 입증한다면 아슬아슬한 설정 정도는 참아줄 수 있었죠.

하지만 영화는 이 당연한 과정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합니다. 일단 아이디어에서부터 진행 과정이 나이브하기 짝이 없어요. 이런 영화가 진짜 피부제품의 개발 과정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럴싸함이 너무 부족하죠. 주인공에게 너무 좋은 것만 몰아주고 관객들에게 듣기 좋은 소리만 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나쁜 건 영화가 마야의 경험을 거의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죠. 마야는 어떻게 프로젝트를 성공하긴 하지만 그게 마야의 능력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러면 학벌 차별을 내세운 주제가 잘 살지 못하죠.

여기에 집중해서 시간이 모자란데, 영화는 여기에 전혀 다른 영화에 속한 또 다른 이야기를 섞어 냅니다. 마야는 청소년 때 딸을 낳아 입양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조이가 바로 그 딸이었던 거예요. 바로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경쟁자였던 사람들이 갑자기 아련 돋는 모녀가 되었습니다. 제니퍼 로페스와 조이를 연기한 바네사 허진스는 같이 있으면 그림이 되고 호흡도 좋아서 보기는 좋습니다만 이런 건 다른 영화에서 따로 다루어야죠.

한마디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끝날 때까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영화입니다. 어떻게 이게 영화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수준의 각본을 배우들의 스타성으로 커버하고 있는 거죠. 학벌 위조를 제외한다면 전 이 재료들이 그렇게 나쁘지 않기 때문에 많이 아쉽습니다. (19/03/12)

★★

기타등등
제니퍼 로페스 전엔 줄리아 로버츠가 고려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감독: Peter Segal, 배우: Jennifer Lopez, Leah Remini, Vanessa Hudgens, Treat Williams, Milo Ventimiglia, Charlyne Yi, Dave Foley,

IMDb https://www.imdb.com/title/tt2126357/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8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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