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0 19:40
[더 시크릿 하우스]는 미국 배경의 영국 영화인 척하는 스페인 영화입니다. 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영국 문화나 사람들을 자기식으로 해석하는 걸 좋아해서 봤습니다. 캐스팅도 좋은 편이고요. 조지 맥케이,
미아 고스, 찰스 히튼, 아냐 테일러-조이. 요새 주목 받는 영국 배우들(테일러-조이도 영국인으로 친다면
말이지만)을 알차게 캐스팅 한 영화예요.
시대배경은 1969년. 달력이 나오고 텔레비전에서 달착륙 뉴스가 떠요. 하지만 이 구체적인 연도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냥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없고 막연한 레트로 분위기가 나는 현대지요. 요샌 20세기를 이런 식으로
쓰는 영화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본 90년대 배경의 [더 터닝]도 그런 영화였지요.
영화의 주인공은 엄마와 함께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네 남매입니다. 잭, 빌, 제인, 샘. 모두 극단적으로 평범한
영어 이름을 가졌어요. 엄마네 집안 사람들이 살던 낡은 저택에 도착한 이들은 부계 성을 버리고
매로우본이라는 엄마 성을 따릅니다. 엄마는 병으로 죽고, 이들은 큰 아들 잭이 21살이 될 때까지 이를 비밀에
붙이기로 결정하고 시체를 정원에 묻습니다.
이게 이들의 유일한 비밀일 리는 없습니다. 영화는 이들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감추지 않습니다. 영국에서
달아나듯 미국으로 건너와 성을 바꾼 뭔가 안 좋은 사연이 있지요. 그 사연이 중간에 밝혀지는 동안에도 관객들은
이들의 정신 상태를 믿지 않아요. 예를 들어 거울을 비정상적으로 두려워하는 막내 샘에겐 정상적이지 않은
사연이 있겠지요.
문제는 이 반전이 그렇게까지 쓸모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중반에 드러나는 첫 번째 반전은 그럭저럭 쓸만해요.
하지만 이들이 끝까지 숨긴 마지막 반전은 대충 예측이 가고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리 놀랍지는 않습니다.
모든 반전이 놀라워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긴 해야 하잖아요. 이 영화에서는
그냥 기본 방어만 성실하게 할 뿐입니다. 서술형식에 갇혀 버린 거죠. 배우들이 좋고 기술적으로 무난하며
페이스도 아주 나쁘지 않아서 큰 불만은 없는데, 비슷한 소재를 다룬 더 좋은 영화들과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지요. 그 좋은 영화 중 일부는 심지어 감독 세르히오 G. 산체스가 각본을 쓴 작품이란 말이죠. 이 사람은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J.A. 바요나의 각본가거든요.
(20/05/10)
★★☆
기타등등
미국이 배경이지만 스페인에서 찍었고, 눈이 밝은 식물학자라면 배경의 나무와 풀로 구별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감독: Sergio G. Sánchez,
배우:
George MacKay,
Anya Taylor-Joy,
Charlie Heaton,
Mia Goth,
Matthew Stagg,
Nicola Harrison,
Kyle Soller,
Tom Fisher,
Myra Kathryn Pearse,
Paul Jesson,
Robert Nairne,
다른 제목: El Secreto de Marrowbone
IMDb https://www.imdb.com/title/tt588644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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