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워터 Underwater (2020)

2020.05.27 22:42

DJUNA 조회 수:3003


윌리엄 유뱅크의 [언더워터]의 배경은 마리애나 해구 어딘가에 있는 케플러 822라는 해저기지입니다. 티안 엔터프라이즈라는 곳에서 고용한 사람들이 여기서 시추 작업과 연구를 하고 있지요. 해수면에서 10킬로미터 이상 내려가야 하는 곳에서 석유를 채굴하다니, 말이 되냐고요? 말이 안 되고, 이 영화 속 세계 사람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압니다. 음모론이 돌고 있지요.

영화는 케플러 822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붕괴되면서 시작됩니다. 얼마 전까지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 수압으로 깡통처럼 일그러지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기지에서 탈출하기 시작하는데, 우리의 주인공들은 조금 늦어서 탈출 포드들이 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방법은 잠수복을 입고 걸어서 다른 곳에 있는 해저 기지에 가는 수밖에 없지요. 당연한 말이지만 그게 쉬울 리가 없습니다. 그 사이에서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주인공들을 노리고 있어요.

스토리나 설정은 좀 게임 같습니다. 주인공들에겐 생존을 위한 명쾌한 미션이 제공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각의 레벨을 통과해야 합니다. 정보를 얻고 지금까지 한 게임을 저장을 할 수 있는 휴식지대도 있고요. 조금 더 꼼꼼하게 말한다면, 저같은 길치가 하는 게임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종종 화면이 너무 흐려서 주인공들이 어디로 가는 지, 무얼하는 지 몰라 갑갑하더군요. 그 때문에 호러 효과가 더 커지기도 합니다만.

하지만 게임 같다는 게 영화적이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게임과 영화의 서사는 많은 부분이 겹치니까요. 영화는 나오는 사람들의 캐릭터나 드라마가 그렇게까지 입체적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아니에요. 중요한 건 액션과 호러 자극이고, [언더워터]는 군더더기 없이 빠른 속도로 캐릭터들을 움직이며 적절한 타이밍에 이들 모두를 하나씩 던집니다. 야심 없이 익숙한 장르의 게임을 하는 영화예요. 전 이게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 후반에 접어들면 오프닝 크레딧에서부터 돌던 음모론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이건 스포일러지만 개봉된 지 꽤 된 영화라 검색하면 금방 잡힙니다. 그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이 영화는 조금 다른 서브 장르에 들어가고 이 서브 장르에서 상당히 유명한 모 소설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 장르 팬들은 한 번 큰 극장에서 보시는 게 좋겠어요. 극장에서 상영하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서 그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을 테니까요. 단지 그 장르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살린 영화는 기대하지 마세요. 일단 주인공 노라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끝내주게 멋지게 나오니까요. 그 장르에서는 인간 주인공이 이러면 분위기가 안 살지 않습니까. 물론 대부분 스튜어트 팬에게 그 장르 고유의 매력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겠지요. (20/05/27)

★★★

기타등등
수압이나 기압과 같은 것들의 묘사가 얼마나 정확한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닌 거 같은데. 예를 들어 소화기로 쳐서 부서지는 헬멧이 그 바다 밑의 수압을 견딜 수 있었을 거 같지 않아요.


감독: William Eubank, 배우: Kristen Stewart, Vincent Cassel, Mamoudou Athie, T.J. Miller, John Gallagher Jr., Jessica Henwick, Gunner Wright, Fiona Rene, Amanda Troop

IMDb https://www.imdb.com/title/tt577406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9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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