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Oculus (2013)

2014.06.02 21:01

DJUNA 조회 수:8888


어렸을 때 아버지를 권총으로 쏘아죽이고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던 팀이 풀려납니다. 그는 이제 과거를 잊고 정상적인 삶을 살려고 하지만 누나 케일리는 다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죽던 날 밤 약속했던 것처럼 그들 가족을 이렇게 만든 귀신들린 거울을 같이 파괴하자는 거죠. 경매회사에서 일하는 케일리는 이미 고객에게 넘어간 거울을 수리 핑계로 그들이 살던 옛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마이크 플래너건의 [오큘러스]는 여기서부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과거 시간선에서는 새 집으로 이사 온 러셀 가족이 어떻게 '래서 거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귀신들린 거울의 저주를 받아 파멸하는지를 보여주고, 현재 시간선에서는 과거의 참사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러셀 남매가 거울을 파괴하려 시도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냥 망치 같은 것으로 부수면 되는 게 아니냐고요?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래서 거울은 400년 동안 소유주들을 잔인무도하게 파멸시켜왔던 무시무시한 존재입니다. 사람을 물리적으로 해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마음을 조종할 수는 있지요. 그리고 거울을 파괴하려는 이들이 자신의 감각과 생각을 확신할 수 없다면 과연 그 작업을 마칠 수 있을까요?

호러 장르에서는 이미 거울이라는 소도구에 사용되는 몇몇 공식이 있습니다. 등 뒤에 귀신이 보인다거나, 자신의 모습이 다르게 비친다거나, 거울을 통해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거나. 플래너건도 이 모든 것들을 다 조금씩 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조금씩 더 나갑니다.

플래너건은 여기에서 영화라는 장르를 효율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래서 거울이 사람들을 조종하는 방식은 호러 영화감독이 관객들을 조종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래서 거울이 희생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악마의 편집을 거친 왜곡된 이미지입니다. 심지어 영화가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영화 감독 플래너건의 서술 방식과 래서 거울의 심리 조종 방식의 차이는 구별할 수 없습니다. 과거와 현실을 오가는 교차편집이 특히 그렇습니다. 초중반까지만 해도 그것은 분리된 두 시간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편리한 방법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넘어가면 관객들은 그에 대한 확신을 잃게 됩니다. 오로지 영화를 통해서만 전달될 수 있는 이야기인 거죠.

이 시도가 완벽하게 성공한 건 아닙니다.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영화는 반복을 하기 시작하고 결말은 지나치게 손쉬워 보입니다.오로지 결말을 내기 위한 결말인 것이죠. 하지만 낡고 진부한 것 같았던 소재에 새 생명과 아이디어를 불어넣은 건 여전히 높이 평가해 마땅합니다. 그걸 넘긴다고 해도 일단 드라마와 캐릭터가 좋고, 무엇보다 도저히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은 악몽 속에 관객들을 성공적으로 감금하는 데에 성공했지요. (14/06/02)

★★★

기타등등
의외로 래서 거울이 별다른 악의가 없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에서 저지르는 모든 행동은 잠재적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적극적 자기 방어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감독: Mike Flanagan, 출연: Karen Gillan, Brenton Thwaites, Katee Sackhoff, Rory Cochrane, Annalise Basso, Garrett Ryan, James Lafferty, Miguel Sandoval, Kate Siegel

IMDb http://www.imdb.com/title/tt238871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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