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은 1897년에 발표된 헨리 제임스의 소설입니다. 메이지라는 어린 소녀가 부모가 이혼한 뒤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데, 아직 전 읽지 못 했습니다. 영화화 소문 이후 혹시나 번역판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말이죠.

6개월마다 이혼한 엄마 아빠 사이를 오가는 아이의 이야기이니, 메이지는 1890년대보다는 20세기나 21세기에 속해있습니다. 루이 말이 잠시 이 원작을 영화로 옮기려는 계획을 품었을 때도 시대극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해요. 이번에 나온 스콧 맥기와 데이빗 시겔의 영화도 무대를 21세기 뉴욕으로 잡고 있습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본 관객들 중 원작의 무대가 1890년대 런던이란 사실을 알아차릴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여간 우리의 주인공 메이지는 록가수인 엄마, 영국인 미술상인 아빠와 살고 있습니다. 부모는 사이가 좋지 않고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이혼해버려요. 메이지가 엄마와 아빠 사이를 오가는 동안 아빠는 유모였던 마고와 결혼하고 엄마는 바텐더인 링컨과 결혼합니다. 순식간에 두 배로 늘어버린 부모. 그런데 오히려 젊고 경험없고 돈도 못 버는 마고와 링컨이 친부모보다 아이를 더 잘 챙겨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메이지의 눈높이에서 전개됩니다. 오로지 메이지만을 따라다니며 메이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것만 보여주죠. 물론 성인관객들은 메이지보다 사태를 더 잘 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영화는 이 작은 소녀가 보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이런 영화에서 중요한 건 역시 메이지를 연기하는 아역배우인데, 오나타 에이프릴은 이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해냈습니다. 진짜이기엔 지나치게 예쁜 아이이긴 해요. 예쁜 외모이긴 하지만 제가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니죠. 오나타 에이프릴이 연기하는 메이지에겐 현실 세계 아이들에게 있는 거친 면이 없습니다. 아이의 심리묘사는 완벽하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에 나와 주인공 역할을 하는 소녀에 대한 어른들이 환상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영화는 헨리 제임스가 낸 결말을 바꿉니다. 21세기로 무대를 옮겼으니 19세기 당시엔 맞았던 해답을 가져오기가 힘들었겠죠. 하지만 그 때문에 영화가 지나치게 손쉬운 해결책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요. 원작을 읽지 않은 저에게도 조금은 쉬워 보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스퀘어 댄스를 추듯 완벽한 막장 드라마의 균형을 갖춘 설정이니 이런 결말로 가도 이상하지는 않아요. 무엇보다 영화가 끝나기 전에 메이지에게 안정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14/03/24)

★★★

기타등등
마고는 스코틀랜드인이에요. 스코틀랜드 배우인 조안나 밴더햄이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설정이 들어간 거겠죠. 스웨덴인인 알렉산더 스카스고드가 연기하는 링컨이 마고의 억양을 지적하는 장면은 좀 재미있더군요.


감독: Scott McGehee, David Siegel, 출연: Onata Aprile, Julianne Moore, Steve Coogan, Alexander Skarsgård, Joanna Vanderham, Sadie Rae, Jesse Stone Spadaccini,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193276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9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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