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프 Mamula (2014)

2014.07.31 19:41

DJUNA 조회 수:4909


두 미국인 여자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대학 동창이 사는 세르비아로 놀러옵니다. 이들에겐 약간의 사연이 있는데 그건 별로 안 중요해요. 하여간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세웠다는 버려진 기지가 있는 섬으로 놀러갈 계획을 세웁니다. 동창의 약혼녀랑 친구가 합세했으니 모두 다섯 명이 되겠죠? 당연히 전날 밤 이들에게 그 섬에 놀러가지 말라고 경고하는 음침한 할아버지가 등장하는데, 그는 왕년의 스파게티 웨스턴 스타이자 미스터 레드그레이브인 프랑코 네로입니다. 물론 우린 그 경고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 할아버지의 딸이 남자친구랑 놀러갔다가 수상쩍은 상황에서 살해당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되는 걸요.

섬에 놀러 간 그들은 상륙 몇 분 만에 그 살인마와 마주칩니다. 요새 한가운데에 있는 우물에 토막난 사람 시체를 붓고 있더라고요. 몰래 훔쳐보던 그들은 순식간에 발각되고 살인마는 총을 들고 그들을 쫓습니다. 타고 온 보트는 바람이 빠져 쓸 수가 없고 전화는 먹통. 이들은 어떻게든 살인마로부터 도망치며 살아남아야 합니다.

설명만큼 박진감 넘치는 상황은 아닙니다. 살인마는 프랑코 네로만큼이나 나이를 먹었고 그의 총알은 금방 바닥났어요. 우리편은 다섯 명. 그 중 두 명은 건장한 남자입니다. 아무리 살인마가 다른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고 해도 그 정도면 달아나는 대신 기회를 잡아 제압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죠. 그런데도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만 합니다. 그럼 살인마가 편집의 도움을 받았는지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와 살인을 저지르고요.

영화는 단순한 슬래셔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제목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살인마는 조역이고 진짜는 우물에 살고 있는 정체불명의 여자죠. 처음에 주인공들은 그 여자가 살인마의 인질이나 포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살인마가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먹고 사는 식인 인어. 그것도 그냥 인어가 아니라 호메로스도 [오디세이아]에서 묘사한 적 있는 신화 속 존재입니다.

당연히 전 이 인어를 더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슬래셔 파트가 너무 길어요. 인어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엔 육지 파트가 너무 많고요. 인어와 살인마의 사연이 프랑코 네로 할아버지에 의해 구연동화처럼 장황하게 설명되는 것도 맥이 풀리고. 한마디로 밀란 토도로비치의 [님프]는 제목과 설정의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키는 영화가 아닙니다. 당연히 세르비아 호러 영화의 악명에 대해 듣고 기대에 찬 관객들이 만족할만한 작품도 아니고요. 인어를 소재로 삼았다면 슬래셔로 가는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인어 호러를 만드는 게 나았죠. (14/07/31)

★★

기타등등
막판의 '열린 결말'은 그냥 어이가 없더군요. 인어가 그렇게 무서우면 육지로 달아나면 되잖아.


감독: Milan Todorovic, 출연: Kristina Klebe, Franco Nero, Natalie Burn, Dragan Micanovic, Miodrag Krstovic, Slobodan Stefanovic, Sofija Rajovic, Zorana Kostic Obradovic, 다른 제목: Dark Sea, Killer Mermaid, Nymph

IMDb http://www.imdb.com/title/tt317176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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