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Chiisai ouchi (2014)

2014.06.03 11:01

DJUNA 조회 수:7167


야마다 요지의 [작은 집]의 원작은 나카지마 교코의 제143회 나오키상 수상작입니다. 원작과 영화의 내용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전 그냥 영화 이야기만 하렵니다.

타키라는 할머니가 도쿄 중산층 가정에서 하녀로 일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글을 쓴다는 내용입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타키는 이미 세상을 떴어요. 조카 손자가 유품으로 남은 미완성의 원고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회상하는 구조이죠. 타키의 수기가 끝나면 조카 손자가 약간의 발품을 팔아 미완성으로 끝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멜로드라마의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타키가 일하는 집 사모님은 남편이 중역으로 있는 완구회사의 직원과 사랑에 빠져요. 하지만 아내와 엄마로서의 의무감 때문에 둘의 관계는 쉽게 발전하지 못하죠. 이 정도면 라흐마니노프의 2번 협주곡이 배경음악으로 들려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다른 멜로드라마와 차이가 있다면, 이 두 연인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그렇게 깊이 있게 그려지는 인물이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깊이 있는 편도 아니에요. 특히 여자주인공이어야 할 사모님은 얄팍하기 그지없지요. 영화의 무게중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두 사람을 바라보는 타키에 쏠려있습니다. 두 연인이 관습적인 멜로드라마의 행보를 걷는 동안에도 정작 비련의 주인공은 타키입니다.

타키의 수기가 커버하는 시대는 1930년대 중반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입니다. 동아시아 역사 전체로 놓고 보면 매우 끔찍한 시기인데, 타키의 경험은 그 시기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역사는 중산층 일본인 가장을 거치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그의 아내를 거쳐서야 간신히 타키에게 옵니다. 그 때문에 우린 영화를 통해 당시 역사의 다른 부분, 그러니까 당시 도쿄 중산층이 어떤 뉴스를 보고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보게 됩니다. 난징에서 대학살이 벌어지는 동안 일본에서는 승전을 기념한다면서 백화점 세일을 했다는 것 같은 것들 말이죠. 영화는 타키의 수기를 읽으면서 끊임없이 코멘트를 하는 조카 손자를 등장시키면서 타키의 경험이 전체 역사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환기시킵니다.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에 타키가 사는 빨간 지붕의 작은 집은 점점 진짜 역사 속으로 말려들어갑니다. 아무리 주인공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정치와 전쟁은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지요. 그런 면에서 영화의 비정치성은 정치적이라 하겠습니다. (14/06/03)

★★★

기타등등
타키 역의 구로키 하루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탔습니다.


감독: Yôji Yamada, 출연: Haru Kuroki, Takako Matsu, Chieko Baishô, Satoshi Tsumabuki, Takatarô Kataoka, Hidetaka Yoshioka, 다른 제목: The Little House

IMDb http://www.imdb.com/title/tt253039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9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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