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 (2013)

2014.02.19 02:15

DJUNA 조회 수:12843


박찬경의 [만신]은 인간문화재 무속인인 김금화의 자서전 [비단꽃 넘세]를 원작으로 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는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가 가져야 할 거의 모든 것들을 갖추었어요. 정보를 소개하고 정리하는 내레이션이 있고, 관련 영상 자료들이 있고, 김금화를 포함한 당사자와 전문가들의 인터뷰도 있습니다. 104분의 러닝타임은 소재가 되는 무속신앙과 김금화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그 동안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상당히 많습니다.

빠진 부분은 오로지 김금화의 회상을 통해서만 전개할 수밖에 없는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도 어떻게 하면 인터뷰를 통해 커버할 수 있을 거예요. 그 결과물이 상당히 좋을 수도 있고. 하지만 박찬경은 이 부분을 드라마로 대신합니다. 단지 이런 종류의 다른 재연 드라마에서와는 달리 캐스팅이 상당합니다. 김금화 인생의 세 부분을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와 같은 쟁쟁한 배우들을 불러 연기하게 하니까요.

이 캐스팅만으로도 영화는 조금 달라보입니다. 다른 재연드라마에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전문 배우들이 많죠. 하지만 스타 캐스팅은 여기에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합니다. 드라마와 캐릭터의 무게가 커지면서 본체인 다큐멘터리를 흔들기 시작해요.

여기에 애니메이션과 적극적인 편집이 개입되고 음악이 들어가면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나누는 벽은 천천히 허물어집니다. 허물어짐과 동시에 두 장르가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아니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거칠게 뒤섞이는 거죠. 실제 인물과 배우들이 만나고,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의 거칠고 쨍한 화면 속으로 드라마가 들어오고, 판타지가 깨진 현실의 틈에서 기어나오고... 결국 영화가 끝날 무렵엔 김금화의 굿과 박찬경의 영화는 하나가 됩니다.

[만신]은 정부의 박해와 기독교의 공격을 받으며 한국사의 흐름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무속인의 전기지만, 굿과 영화라는 두 매체의 공통점을 연구하고 그를 통해 두 세계가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박찬경은 천경자의 인용구를 영화 끝에 덧붙이며 지금의 영화가 옛날 굿이 했던 역할을 물려받았다고 선언합니다. 그 선언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마지막 쇠걸립 시퀀스입니다. 정상적이고 무난해보였던 외피 속에 숨어 있던 이상한 시가 완전히 터져나오는 아름다운 장면이기도 합니다. (14/02/19)

★★★☆

기타등등
재연드라마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비중이 그렇게 크다고는 할 수 없는데, 그래도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가 이처럼 제대로 활용된 영화도 참 오래간만입니다. 전 최근 몇 년 동안 이들의 연기력과 가능성이 오용되어 왔다고 생각해왔죠.


감독: 박찬경, 출연: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 김금화, 백수련, 김영선, 김중기, 류혜영, 다른 제목: MANSHIN: Ten Thousand Spirits

IMDb http://www.imdb.com/title/tt352031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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