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위험한 소문 (2014)

2014.02.25 23:15

DJUNA 조회 수:11887


김광식의 남성 이상형은 자기에게 별로 주는 것도 없는 여자를 위해 순정을 바치는 남자인 모양입니다. 전작인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순정파 조폭으로 나온 박중훈이 그 역할을 했다면 이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에서는 찌라시 루머로 자살한 연예인의 매니저로 나오는 김강우가 그 자리를 물려받습니다. 단지 성격이 조금 달라요. 대부분 '남자의 무조건적인 희생'이 나오는 이야기들은 엄청난 자기 도취를 속에 숨겨 놓고 있기 마련이고,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박중훈은 그 자뻑을 엄청난 신파와 함께 표출했었죠. 하지만 김강우의 캐릭터에겐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엄청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 자신의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그냥 몸을 움직이기만 해도 바쁜 겁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고전적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같습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김강우가 연기하는 매니저 우곤은 얼마 전에 자기와 함께 일하던 단 한 명의 연예인인 미진을 찌라시 소문으로 잃었습니다. 누가 봐도 이건 엄청난 일이고, 우곤에겐 하늘이 무너질 일입니다. 하지만 누가 찌라시 소문을 냈는지 알아내기 위해 우곤이 찌라시 유통업자 박사장을 만나면서 일은 예상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튀기 시작합니다. 어쩌다가 박사장이 우군이 된 것도 놀랍지만, 미진이 관련된 연예계 스캔들은 진짜 거대하고 거대하고 거대한 음모의 끄트머리 장식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김광식은 이 영화를 위해 진짜 증권가 찌라시 관련자들을 만나서 사실성을 높였다고 하던데, 이 영화의 그림이 실제 시스템과 얼마나 비슷한지는 저도 잘 모르죠. 마찬가지로 이 영화가 그린 정경 유착의 음모가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엄청나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거의 없을 겁니다. 묘사가 과장되거나 왜곡되어있을 수는 있지만 다들 일어나고 있을 법한 이야기라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영화가 집중하고 있고 그를 통해 재미를 만들어내는 부분은 그 '당연한 사실'이 아니라 머리도 별로 안 좋고 무식한 연예인 매니저가 나라 하나를 뒤집어 엎을 수도 있는 음모를 때려부수는 과정입니다. 당연히 엄청난 운과 과장이 동원되지요. 상식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그 때문에 후반부는 많이 싱겁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초라한 주인공이 저런 상대를 맞아 싸우다가 제대로 된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의 판타지가 주는 쾌락은 상당하거든요. 복수 결과가 늘 어정쩡한 이 나라 영화계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게다가 영화는 단순하고 얄팍하지만 효과적이고 분명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을 그 과정 안에 적절하게 끼워넣었습니다. 특히 우곤의 단순무식함은 그럴싸해요. 멍청한 놈이긴 한데, 정말 저렇게 엄청난 일을 벌일 것 같아 보인단 말이죠.

[찌라시: 위험한 소문]은 안전한 오락영화입니다. 엄청난 주장을 담고 있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 세상을 바꾸거나 그러지는 못하겠죠. 그냥 영화관에서 소비되는 나쁘지 않은 오락물로 남을 겁니다. 조금 더 진지하게 나아갔다면 더 좋은 '이야기'가 되었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지금의 오락물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단순하고 과장된 대리만족이 필요한 때와 장소가 있죠. 이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해서 그 가벼운 만족을 무시할 생각은 안 듭니다. 그런 사치를 누리기엔 세상이 너무 힘들어요. (14/02/25)

★★☆

기타등등
영화를 보면서 김광식의 여성 취향을 조금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 김광식, 출연: 김강우, 정진영, 고창석, 박성웅, 박원상, 고원희, 이채은, 김의성, 다른 제목: Tabloid Truth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Tabloid_Truth.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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