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커스 Wreckers (2011)

2014.03.24 01:02

DJUNA 조회 수:5543


[레커스]는 2011년에 발표된 영국 인디 영화입니다. 소품이고 해외에도 거의 소개되지 않았죠. 이 작품이 느닷없이 우리나라에 수입된 건 주연배우 중 한 명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 동안 엄청난 국내팬들을 거느리게 되었기 때문이죠. 단순히 그들을 겨냥하고 수입한 게 아니에요. 수입과정 자체에 팬들의 요청이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얼굴만 떡 붙어 있는 포스터와 함께 지각 개봉을 하게 된 것이죠.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옳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레커스]는 앙상블 중심 영화이고 그 중 주인공을 한 명 뽑으라면 그 사람은 배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데이빗이 아니라 그의 아내로 나오는 돈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개봉 당시 포스터를 봐도 클레어 포이가 중심이고 나머지 두 남자는 배경으로 밀려나 있지요.

신혼부부 이야기입니다. 데이빗과 돈은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는 교사 부부입니다. 그들은 데이빗의 고향인 시골 마을에서 닭을 치고 개를 기르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군복무를 끝내고 돌아왔다는 데이빗의 동생 닉이 찾아옵니다. 그가 두 사람의 집에서 머물면서 세 사람 사이엔 긴장감이 돌기 시작하는데, 척 봐도 닉은 정신상태가 그렇게 건강한 편이 아니고 형제는 돈에게 과거에 있었던 어떤 일을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어떤 분명한 해답을 기대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에요. 나중에 두 남자는 그들이 감추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긴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중요한 것은 형제가 그런 불안한 상태로 같은 집에 사는 것 자체가 세 사람의 심리에 미묘하고 불편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들의 과거에 대해 알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인 돈에게는 그렇습니다. 사실 돈에게 적당한 강도의 불안감을 안겨 줄 수 있다면 그 비밀은 무엇이건 상관 없지요. 그렇게 속도가 빠른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조금씩 죄어오는 긴장감은 상당한 작품입니다. 단지 그 긴장감이 할리우드식으로 깔끔하게 해소되길 기대하지는 말라는 말이죠.

배우의 비중이 큰 영화입니다. 분명한 플롯이나 폭로가 없기 때문에 이야기는 캐릭터 위주로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클레어 포이, 베네딕트 컴버배치, 숀 에반스는 완벽한 앙상블을 유지하면서 그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개인 연기도 좋지만 이들의 어우러짐을 보는 게 더 좋아요. (14/03/24)

★★★

기타등등
감독인 D.R. 후드의 본명은 Dictynna Hood. 요새도 이니셜만 써서 성을 숨기는 여성예술가가 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얼마 전에 J.K. 롤링도 있었잖아요.


감독: D.R. Hood, 출연: Claire Foy, Benedict Cumberbatch, Shaun Evans, Peter McDonald, Sinead Matthews, June Watson, Nicola Green, Georgie Smith,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165002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9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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