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Běijīng yù shàng xiyǎtú (2013)

2014.01.24 18:06

DJUNA 조회 수:4400


[시절인연]은 시애틀에서 시작해서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끝나는 로맨스 영화입니다. 척 봐도 중국어로 만들어진 [시애틀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의도한 영화죠. 주인공 쟈쟈가 시애틀의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나오는 것이 이 영화의 언급이고 중간에 잠시 그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를 레퍼런스로 삼고 있긴 하지만, 중국 특유의 사회 시스템이 반영되어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유부남과 불륜 관계인 쟈쟈가 임신한 몸으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시애틀을 찾은 이유는 국가에서 출산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보아하니 이미 미국에서는 이런 여자들을 위한 조리원들이 따로 있는 모양이고요. 로맨스로 나가는 대신 다양한 사연이 있는 조리원 여자들의 이야기를 했어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조리원 원장이 대만 사람이니 여기서도 또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을 거고요.

대신 영화는 의사지만 딸의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와 운전기사 일을 하고 있는 프랭크라는 남자를 등장시켜 로맨스로 갑니다. 처음 만난 날부터 삐걱거리는 둘의 관계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라 보다 달짝지근한 사이로 옮겨가고 둘 사이에 놓여있는 감정적, 사회적 장벽도 편리하게 제거되지요.

쟈쟈를 처음부터 좋아하긴 어렵습니다. 영화는 쟈쟈를 '로맨스와 역경을 겪으면서 비교적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한심하고 멍청한 여자애'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런 야심을 품고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영화도 그 발전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리지 못합니다. 쟈쟈는 도가 지나칠 정도로 천박하고 유치해서 이 사람이 제대로 된 무언가가 되려면 주어진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만으로는 한참 모자라요. 성장 이후의 모습이 그럭저럭 설득력이 있다면 그건 관객들이 쟈쟈를 연기한 탕웨이의 기존 이미지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탕웨이의 대표작으로 뽑히긴 어려운 영화입니다. 전 탕웨이가 중국 로맨스 코미디 장르 특유의 호들갑 떠는 연기를 하는 걸 여기서 처음 보았는데,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캐릭터가 비호감인데 그걸 엄청 과장해서 연기하니 보기가 불편하지요. 쟈쟈 역할이 시끄럽고 불편하다면 우슈보가 연기하는 프랭크는 너무 얌전하고 착하기만 해서 제대로 된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더군요. 둘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끼워넣은 설정은 억지거나 오글오글하고요. 굳이 탕웨이의 모든 영화를 봐야겠다고 결심한 열성팬들 이외의 관객들에겐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13/12/21)

★★

기타등등
시애틀이 무대지만 사실 대부분 밴쿠버에서 찍었지요. 프랭크의 딸 줄리는 쌍둥이 배우들이 번갈아가며 연기했더군요.


감독: Xiao Lu Xue, 배우: Wei Tang, Xiubo Wu, Hai-Qing, Hongmei Mai, Elaine Jin, Yiwei Liu, Wang Qian, Li Qi Hong, Jessica Song, Monica Song, 다른 제목: Finding Mr. Right

IMDb http://www.imdb.com/title/tt216932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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