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체험 Weird Science (1985)

2018.08.21 23:48

DJUNA 조회 수:4538


전에 [레디 플레이어 원]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80년대 미국은 백인 남자애라면 꽤 살만한 곳이었다고 말한 적 있는데, 존 휴즈의 [신비의 체험]은 당시 미국 남자애들의 문화 체험이 어떤 것이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설정은 자칭 SF입니다. 학교 루저인 남자애 두 명이 있습니다. 여자애들을 사귀고 쉽고 기왕이면 섹스도 하고 싶지만 아무도 자기네들과 놀아주지 않습니다. 결국 한 명이 아이디어를 냅니다. 컴퓨터로 미녀를 만들자! 다른 한 명이 컴퓨터 천재여서 컴퓨터에 바비 인형을 연결해 영국 악센트를 쓰는 완벽한 몸매의 미녀를 창조해냅니다. 아니에요. 로봇 같은 게 아니라고. 그보다는 [내 사랑 지니]에 나오는 요정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아, 요새는 이 시트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려나.

여자에 굶주린 남자애들이 미녀를 만들었으니 이제 할 일은 섹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일단 과연 그 남자애들이 리사라는 이름을 붙인 그 미녀와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리사는 수동적인 로봇이 아니라 경험 많은 연상에 가까워서 애들은 좀 위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애당초부터 여자들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위해 창조한 시뮬레이션과 같은 존재예요. 리사 자체가 목표는 아닌 것입니다.

그러니까 영화 속에서 리사는 조언자이기도 하지만 좀 보여주는 대상입니다. 두 루저들은 리사가 옆에 있기 때문에 갑자기 가치가 상승합니다. 리사가 하는 말들 모두 두 사람을 실제 이상으로 부풀리는 것들이고요. 그 결과 둘은 얄미운 다른 남자애들과 데이트하는 여자애 둘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지요. 아, 그 얄미운 다른 남자애들 중 하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랍니다. 남자애 중 한 명의 형은 빌 팩스턴이고.

이 당시 대부분 틴에이저 코미디가 그렇듯 [신비의 체험]도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요란한 파티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파티는 리사가 부리는 마법과 겹쳐져서 점점 감당할 수 없는 단계까지 올라갑니다. 하지만 마법이 개입되었다는 건 심지어 핵미사일이 집을 뚫고 올라가도 다 해결된다는 의미이죠.

한마디로 말하면 백인 루저 남자애들을 위한 포르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여기서 포르노란 말은 선정적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타겟 관객들이 원하는 것만 골라서 다 주는 영화란 말이죠. 그리고 이건 80년대 미국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대중 문화의 분위기였습니다. (18/08/21)

★★

기타등등
나중에 바네사 앤젤 주연의 텔레비전 시리즈로 만들어졌습니다. 리메이크 소문이 한 동안 돌았는데 지금은 소식이 없군요.


감독: John Hughes, 배우: Anthony Michael Hall, Kelly LeBrock, Ilan Mitchell-Smith, Bill Paxton, Suzanne Snyder, Judie Aronson, Robert Downey Jr., Robert Rusl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90305/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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