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이널 걸스 The Final Girls (2015)

2018.08.25 23:55

DJUNA 조회 수:5799


[스크림]에 [카이로의 붉은 장미]를 결합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정도면 [더 파이널 걸스]라는 영화의 그림이 그려질 겁니다. 주인공이 영화 속에 들어가는 이야기인데 그 영화가 [13일의 금요일]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13일의 금요일]을 흉내낸 [캠프 블러드배스]란 영화죠. 오리지널 [13일의 금요일]과 아주 비슷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슬래서 무비의 공식에 더 잘 맞는 영화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주인공은 맥스라는 고등학생입니다. 3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엄마 아만다 카트라이트는 [캠프 블러드배스]에 출연했던 영화배우였어요. 단짝 친구의 호러영화광 오빠가 동네 극장에서 [캠프 블러드배스]의 1,2편을 연달아 상영한다면서 맥스를 데려가는데, 그만 상영 중간에 극장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맙니다. 맥스와 친구들은 스크린을 찢고 탈출하는데, 그들이 도착한 곳은 [캠프 블러드배스] 영화 속.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단 하나. 살인범 빌리 머피의 목을 자르는 것이죠. 하지만 일이 꼬여 그 역할을 해야 할 파이널 걸인 폴라가 죽어버리고 맙니다. 이제 빌리 머피를 죽이는 임무는 맥스와 친구들에게로 돌아갑니다. 다행히도 그들은 80년대 호러 영화의 공식에 밝습니다. 그 공식 중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섹스한 여자는 모두 죽는다는 것입니다.

호러 영화로 보았을 때 [더 파이널 걸스]는 그렇게 무서운 영화는 아닙니다. 장르상 사람들이 많이 죽을 수밖에 없지만 슬래서 영화의 변태적 쾌락은 없어요. 영화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꽤 배려하는 편인데, 그건 난도질의 재미가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죠. 선정적인 살인장면 없이도 무서운 영화를 만드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영화는 굳이 무서워질 생각은 없습니다.

의외로 멜로드라마입니다. 이 영화가 가장 깊이 다루는 건 맥스와 엄마, 정확히 말하면 맥스와 [캠프 블러드배스]에서 엄마가 연기했던 캐릭터 낸시의 관계입니다. 맥스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모녀 관계지만 낸시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조금 더 넓게 정의됩니다. 맥스가 낸시에 대해 품는 감정은 보다 넓은 연민을 거쳐서 자매애적인 연대로 이어져요.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80년대 슬래서 영화의 젠더롤에 대한 비판이 됩니다.

정말로 훌륭한 메타 영화가 되기엔 사람이 지나치게 좋은 영화입니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루었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인식하느라 종종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멜로드라마의 전형에 빠지기도 하고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그래도 [스크림]이 한 번 걸어갔던 길이라 장르 비판은 그렇게까지 날이 섰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제는 분명하고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귀여운 매력이 있어요. (18/08/25)

★★☆

기타등등
맥스 역의 타이사 파미가는 베라 파미가의 동생이라는군요. 이번에 나오는 [컨저링] 스핀오프인 [The Nun]에도 나온다고요.


감독: Todd Strauss-Schulson, 배우: Taissa Farmiga, Malin Akerman, Nina Dobrev, Alexander Ludwig, Alia Shawkat, Thomas Middleditch, Adam Devine, Angela Trimbur

IMDb https://www.imdb.com/title/tt211862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9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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