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요샌 다들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려고 하죠. [콩: 스컬 아일랜드]도 그 유행을 탔습니다. 도입부만 봐도 알 수 있어요. 2014년 [고질라] 영화에도 나오는 모나크라는 회사가 뻔뻔스럽게 등장하니까요. 그러니까 이 영화의 괴물 '콩'은 고질라의 세계에 속해있는 거죠. 영화는 그렇게 말이 된다고 할 수 없는 스컬 아일랜드의 생태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보다 어처구니 없는 설정을 도입하는데, 이는 다음 영화에 계속 나올 괴물들의 존재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시대배경을 1973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당시 시대배경 묘사에 공을 잔뜩 들이고 있지요. 모나크의 수장인 빌 랜다는 과학자들과 베트남에서 막 벗어난 군인들을 데리고 신비의 섬인 스컬 아일랜드로 가는데, 표면적인 이유는 과학 연구지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죠. 아니나 다를까. 그 섬엔 빌딩만 한 크기의 거대한 유인원이 살고 있었고...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고 모두 좋은 배우들에 의해 연기되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관심이 가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랜다, 영국인 안내인 콘래드, 사진작가 위버는 모두 오리지널 [킹콩]의 칼 대넘, 존 드리스콜, 앤 대로를 흐릿하게 모방한 인물로 자기만의 목소리나 드라마는 약한 편입니다. 그나마 원작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좀 낫죠. 콩에게 죽은 부하들의 복수를 다짐하는 장교인 프레스턴 패커드와 제2차 세계대전 때 섬에 갇혀 지금까지 지내 온 행크 말로 같은 사람들 말이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인간 캐릭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빌딩만한 괴물들이 싸우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제1 목표인 영화니까요. 이 영화에서 콩 다음으로 중요한 건 사람 캐릭터가 아니라 스컬 크롤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두 발 달린 파충류 괴물입니다. 이들의 빅매치가 이 영화의 존재 이유고 인간들은 형식적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핑계입니다. 그 때문에 이들은 종종 생존본능 같은 게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헬기를 타고 가는데 눈 앞에 100미터를 훌쩍 넘기는 유인원이 서 있다면 총을 쏘는 대신 피하는 게 상식이지 않습니까.

영화가 인간의 심리묘사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괴물 영화라는 장르 자체입니다. 여기엔 일본 거대괴수 영화의 천진난만한 즐거움과 인간 따위는 하찮게 여기는 고대의 괴물들이 나오는 러브크래프트식 세계관이 뒤섞여 있죠. 처음부터 끝까지 덕심이 넘쳐 흐르는 작품으로, 이 흥분에 자연스럽게 동조했을 때 가장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 엔드 크레디트 끝의 쿠키는 꼭 보세요. (17/03/12)

★★★

기타등등
[킹콩 대 고질라] 영화는 2020년에 나온다고 합니다. [모스라] 영화는 언제 나오려나요.

네, 콘래드란 사람과 말로란 사람이 같은 영화에 나오는군요.


감독: Jordan Vogt-Roberts, 배우: Tom Hiddleston, Samuel L. Jackson, Brie Larson, John C. Reilly, John Goodman, Corey Hawkins, John Ortiz, Tian Jing, Toby Kebbell, Will Brittain

IMDb http://www.imdb.com/title/tt373156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7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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