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체스 Computer Chess (2013)

2013.07.26 01:04

DJUNA 조회 수:11728


앤드루 부잘스키의 [컴퓨터 체스]는 1980년대 초반에 찍어놨다가 서랍 안에 박혀 방치되었던 다큐멘터리를 재발견해 편집한 것처럼 보이는 영화입니다. 일단 그렇지 않다면 2013년에 발표된 영화가 이렇게 뿌연 흑백 정사각형 비디오 화면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도입부는 정말 그렇게 전개됩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것은 모 호텔에서 벌어진 체스 프로그램 대회예요.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 호텔에 모여 자웅을 겨루고 컴퓨터 과학의 미래에 대해 토론합니다. 여기서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주제는 '과연 언제나 되어야 컴퓨터가 사람과의 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환상은 조금씩 깨지기 시작합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독립 프로그래머인 파파조지가 방을 구하지 못해 난처해졌을 때였을 수도 있겠군요. 그 이전일 수도 있고요. 진짜 다큐멘터리라면 있을 수 없는 컷들이 조금씩 등장하면서 눈치를 보던 영화는 지금까지 사람들을 찍는 척하던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내려놓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다큐멘터리를 포기합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것은 80년대 컴퓨터 너드들을 다룬 코미디입니다. 이들은 연애도 하고, 멋대로 구는 프로그램 때문에 고민도 하고, 같은 호텔에 든 뉴에이지 추종자들과 엮이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안 누군가는 상을 받고, 누군가는 호텔을 떠나고, 음모론이 돕니다. 그러는 동안 이야기는 꿈꾸는 것 같은 초현실적인 상태로 넘어가요.

[컴퓨터 체스]는 소재를 잘 알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소재의 매력이 무엇인지 일반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하지는 못합니다. 디테일한 묘사는 인상적이고, 분명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그들만의 세계를 넘어서면 힘을 잃는 것이죠. 이 영화의 붕 뜬 듯한 매력 대부분은 끝까지 해독되지 않은 채 남습니다. 굳이 장편으로 만들었어야 했는지, 끝까지 지킬 것도 아니면서 굳이 이 형식에 매달려야 했었는지 모르겠어요. 이 정도면 단편이 더 맞았을 것 같습니다. (13/07/26)

★★☆

기타등등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에 대한 정보는 여기 위키 항목으로.
http://en.wikipedia.org/wiki/Human%E2%80%93computer_chess_matches


감독: Andrew Bujalski, 배우: Kriss Schludermann, Tom Fletcher, Wiley Wiggins, Patrick Riester, Kevin Bewersdorf, Jim Lewis, Freddy Martinez, Cole Noppenberg, Myles Paige, Gerald Peary 

IMDb http://www.imdb.com/title/tt200736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1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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