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2013)

2013.06.13 23:56

DJUNA 조회 수:12448


권영락의 [꼭두각시]는 유명한 [형사]의 납량특집 에피소드인 [얼굴없는 미녀]의 짝퉁입니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동료의사의 여자친구이자 자기 환자인 여자에게 반한 정신과 의사가 그 여자에게 매주 일요일 오후 세 시에 자기 집을 찾아오도록 최면을 겁니다. 얼마 전에 나온 [노크]도 [얼굴없는 미녀]의 카피작이었잖아요. 왜들 이렇게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좋아도 좀 띄엄띄엄 만들지.

이 정도면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일단 레이싱 모델로 유명했던 여자 연예인이 주연이라니 그 배우의 노출을 기대할 것입니다. 중반까지 야하게 나가면 그 뒤로 피칠갑 호러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겠죠. 아, 그런데 이것 참 신기하네요. 지금까지 나온 [얼굴없는 미녀] 영화들 중 이 단순한 기대를 충족시킨 영화는 단 하나도 없었어요. 

[꼭두각시]는 그 중 최악입니다. 심지어 전 이 영화가 호러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84분짜리 영화인데, 이중 1시간 정도는 그냥 아침 연속극에 나올 법한 진부한 통속극입니다. 15분 정도는 에로 비슷하게 가고요. 나머지가 호러와 엔드 크레딧, 기타등등에게 돌아갑니다. 아무리 영화가 호러 장르로 끝난다고 해도 이 정도 비율이면 호러영화라 부르기 민망하죠. 물론 호러 파트도 상상력과 강도가 형편없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아마 15분 정도 나오는 에로 파트에 희망을 걸 것입니다. 흠, 이게 좀 재미있긴 합니다. 이 영화는 잠재고객을 주연배우 구지성의 노출을 보고 싶어하는 이성애자 남자들로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여자주인공의 몸을 최대한으로 보호하고 있고, 남은 자리를 몽땅 이종수의 노출로 채워넣고 있어요. 심지어 구지성의 노출을 이종수의 몸으로 가려주는 장면들도 꽤 있습니다. 전 얼마 전에 시사회를 보러 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온 익스트림 무비 회원들의 글을 낄낄거리며 읽다가 왔는데, 네, 확실히 재미는 있군요. 

하지만 이건 영화로서 재미있는 게 아니라 오로지 개념으로서만 재미있습니다. 구지성이 벗건, 이종수가 벗건, 이런 영화는 일단 에로틱한 재미를 주어야죠. 하지만 영화의 묘사는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상상력이 부족하고 볼거리가 없어요. 저렇게 지루하게 놀 생각이면, 왜 남자주인공이 그런 위험한 게임을 시작했는지 이해가 안 될 지경이지요.

배우들 비난은 안 하려 합니다. 예고편에는 정말 끔찍하게 나왔는데, 보다 보면 배우들은 죄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워낙 대사가 나쁘고 캐릭터가 매력이 없으니까요. 매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관성도 없고 방향도 없지요. 어떤 배우를 데려와도 이런 영화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나름 경력이 있는 이종수나 원기준도 이 수준이니 오히려 구지성은 그럭저럭 잘 한 거예요. 

굉장히 지루한 영화입니다. 저에겐 84분이 3시간 같더군요. 이 정도 길이에 이 정도 소재의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통속적인 재미나 자극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그 지루함을 용서할만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치미 뚝 떼고 페미니즘 관점에서 이 영화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그런 의욕이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13/06/13)

★☆

기타등등
이제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샤워하는 장면을 비웃지 않고 보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감독: 권영락, 배우: 구지성, 이종수, 원기준, 한소영, 다른 제목: A Puppet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A_Puppet.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7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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