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웹툰: 예고살인 (2013)

2013.06.17 22:28

DJUNA 조회 수:16090


김용균의 [더 웹툰: 예고살인]의 원래 제목은 [이야기]였다고 하더군요. 밍밍하기 짝이 없는 제목이라 바꾸어야 했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더 웹툰: 예고살인]은 좀 심한 것 같습니다. 별 생각 없이 시류를 따르는 티가 역력해요. 웹툰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과시하면 웃기죠. 제목이 많이 지저분하기도 하고.

영화의 이야기는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는 아시아 호러 영화가 끝도 없이 써먹는 기성품입니다. 주인공 지윤은 다음 포털에 히트 웹툰 시리즈를 연재해 스타가 된 만화가로 새 호러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데 최신 에피소드의 원고를 보내자마자 지윤의 편집장이 그와 똑같은 상황에서 살해되고 말아요. 사건을 맡은 형사 기철은 지윤을 의심하지만 CCTV나 현장의 증거들은 자살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지윤의 웹툰과 똑같은 상황에서 살해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순서고요. 

보기도 전에 결말까지 다 알 것 같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영화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 공을 들이는 작업이 완결되기 전에 끝나버린 것 같다는 거죠. 다양한 이야기선이 엇갈리는 복잡한 플롯의 호러 추리물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 같은데, 최종 시나리오는 구멍도 많이 보이고 종종 설명이 임시방편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재료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듬고 정리해야 할 최종작가가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요.

지루한 영화는 아닙니다. 장르 클리셰 자체가 지겹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 영화는 주어진 러닝타임 안에서 빈칸을 남겨두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합니다. 귀신도 나오고 드라마도 나오고 추리나 스릴러도 나오고, 하여간 늘 부지런해요. 그게 꼭 세련되거나 창의적인 건 아니에요. 아이디어도 괜찮은 것에서 진부한 수준 사이를 오가는 정도고요. 하지만 영화가 그 익숙한 재료들을 난폭하게 저글링하는 걸 구경하는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페이스가 좋고요.

웹툰의 활용도 괜찮습니다. 기능이 많아요. 일단 '예술가 호러'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죠. '인터넷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즉시 배포되는 그래픽 매체'라는 웹툰의 성격은 이전 매체와 조금씩 차별화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니까요. 첫 번째 살인 묘사처럼 잔인한 살인 장면을 검열 없이 화려한 붉은 색으로 그려내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15금의 수위를 유지하는 재주를 부리기도 합니다.

비슷비슷한 표현에 무의미한 부사들을 덧붙여 반복하는 것 같긴 한데, [더 웹툰: 예고살인]은 엄청나게 새롭거나 창의적이지는 않아도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빠르고 겁없는 영화입니다. 그 노력이 관객들을 예측할 수 없었던 어딘가로 이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동네 단골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한 번 타고 스트레스 푸는 정도의 재미는 줘요. 그런 재미도 나쁠 건 없죠. (13/06/17)

★★☆

기타등등
중간중간에 감상적인 분위기를 내려고 트는 음악은 심하게 [장화, 홍련] 식이라 좀 그렇더군요.

감독: 김용균, 배우: 이시영, 엄기준, 현우, 문가영, 권해효, 김도영, 김소현, 다른 제목: Killer Toon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Killer_Toon.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6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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