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아이 (2017)

2018.09.10 10:16

DJUNA 조회 수:7901


아들이 죽은 지 반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이제 간신히 마음 정리 됐어요. 아들 이름으로 학교에 기부도 했습니다. 아들은 의사자가 되었어요.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죽었다고. 가족에겐 혜택도 많다네요. 여전히 집 한구석이 뻥 뚫린 것 같고 부부간엔 대화도 별로 없지만 언제까지 울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아들이 구했다는 남자아이가 궁금해집니다. 아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보아하니 나쁜 친구들에게 구박받는 모양이고. 아버지는 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남자아이를 자기 인테리어 가게에 데리고 와 일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어색해하고 일도 못하던 아이는, 서서히 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지요.

신동석의 [살아남은 아이]는 아무런 정보없이 보아도 10분만에 전체 내용이 다 보이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진상은 중반 이후에 밝혀지지만 굳이 거기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그 다른 무언가가 좋은 일일 리가 없죠.

관객들이 전체내용을 다 뚫어본다는 건 영화의 단점이 아닙니다. 오히려 힘이 되지요. [살아남은 아이]를 보는 경험은 그리스 비극을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평화롭고 낙천적으로 흐르는 초중반에도 무시무시한 서스펜스가 쌓입니다. 많이 고통스러운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가는 길이 더 힘겹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이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간다는 것입니다. 비밀은 묻어두는 게 모두에게 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워도 우리가 아는 한국 사회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기어코 그 길을 갑니다. 이 역시 전통적인 비극의 설정이죠.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나은 사람들이고, 올바른 길을 가기 때문에 고통받습니다.

당연하지만 어둡고 갑갑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나은 결말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어려웠겠죠. 아무리 논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도 관객들은 믿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 사회가 굴러가는 방식과 어긋나니까.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체념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까요. (18/09/10)

★★★☆

기타등등
부부의 인테리어 업체 묘사가 좋아요. 그냥 주인공들에게 직장을 주어 디테일을 살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 직업 자체가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반영하고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드라마를 이끕니다. 직업 묘사의 사실성도 뛰어나고요.


감독: 신동석, 배우: 최무성, 김여진, 성유빈, 김경익, 문영동, 이화룡, 박찬, 김도영 다른 제목: Last Child

IMDb https://www.imdb.com/title/tt811805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9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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