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오스카 후보 자격을 놓고 스필버그와 넷플릭스의 전쟁이 한창인데요. 솔직히 이렇게 크게 번질 일이긴 한가 싶습니다. 하긴 요새 그림을 보면 신기하긴 합니다. 코엔 형제나 쿠아론과 같은 쟁쟁한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이 극장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로 직행하고 있으니까요. 이 영화들이 극장 상영을 거치지 않는 게 아쉽기도 하고요. 하지만 텔레비전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지금도 어떤 면에서는 영화관 스크린보다 더 좋아요. 예를 들어 콘트라스트 표현은 영화관을 오래 전에 넘어섰지요. 어제 저는 넷플릭스로 개봉된 코엔 형제의 신작 [카우보이의 노래]를 새 텔레비전으로 보았는데, 극장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제 방의 조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영관은 얼마든지 있었고요. 전 여전히 영화관을 선호하지만 세상은 계속 바뀌지 않을까요?

극장 이야기는 여기까지면 되었고. [카우보이의 노래] 이야기를 하죠. 이 영화는 서부극 앤솔로지입니다. 영화는 옛날 할리우드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책을 펼치면서 시작되는데요. 컬러 삽화가 하나씩 실린 [The Ballad of Buster Scruggs]라는 책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영화화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허구예요. 하지만 단편 두 개는 원작이 있다고 합니다.

첫 에피소드인 "The Ballad of Buster Scruggs"는 진 오트리 스타일의 '노래하는 카우보이'가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버스터 스크럭스는 '노래하는 카우보이' 영화 속 주인공들과는 전혀 달라요. 살인이 습관이 된 냉정하고 잔인한 살인자지요. 그는 노래를 부르는 사이에 그에게 시비를 건 무법자들을 해치웁니다. 그의 운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요? 확실한 건 그가 어떤 상황에 마주치더라도 노래를 멈출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Near Algodones"에서 주인공인 카우보이는 사막에 새로 생긴 은행을 털려고 합니다. 바보스럽게 실패한 그는 사형선고를 받는데, 그만 사형집행인들이 모두 원주민의 공격을 받아 죽어버립니다. 그는 간신히 목숨을 건지지만 역시 그의 운이 어떻게 이어질까요.

세 번째 에피소드인 "Meal Ticket"은 팔다리가 없는 남자를 이용해 돈을 버는 나이 든 흥행사 이야기입니다. 남자는 관객들 앞에서 셸리의 [오지만디어스]에서부터 링컨의 게티스버그의 연설에 이르는 근사한 텍스트들을 감동적으로 읊어대지요. 하지만 관객들은 점점 줄어들고 그는 경쟁자를 만납니다.

네 번째 에피소드 "All Gold Canyon"는 잭 런던의 동명 단편이 원작입니다. 아직 어느 인간도 들어온 적 없는 낙원 같은 곳에 남자 하나가 들어와 황금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는 아주 치밀하게 계산하고 열심히 일해서 드디어 그가 찾던 광맥을 발견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입니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 "The Gal Who Got Rattled"은 스튜어트 에드워드 화이트의 단편을 각색한 것입니다. 앞의 에피소드가 원작에서 충실했다면 이번 에피소드는 원작을 조금 확장시켰다고 해요. 예를 들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피어스 대통령이라는 개는 원작에 없다고 합니다. 하여간 이야기의 배경은 오레곤으로 가는 포장마차 행렬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자주인공은 여행 중간에 오빠를 잃고 곤란해집니다. 오레곤으로 가더라도 받아줄 사람이 있는지 알 수 없고 가지고 있는 돈도 없지요. 다행히도 주인공 주변에는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잘 하면 해피엔딩이 가능하겠어요. 역시 운이 따라준다면 말이죠.

마지막 에피소드 "The Mortal Remains"는 역마차를 타고 가는 승객들이 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은 호텔까지 가는 동안 온갖 소재로 수다를 떠는데, 에피소드가 중반을 넘기면 과연 이 마차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마차에 탄 사람들의 진짜 상태가 어떤지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코엔 형제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카우보이의 노래]도 고전 클래식 영화 장르의 재해석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서부도 진짜 서부가 아니라 서부극의 서부죠. 영화는 이들 세계의 사실성을 증명할 생각이 없습니다. 영화는 코엔식 아이러니로 고전 서부극의 명예롭고 결백한 그림을 깨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수정주의적 접근법도 거의 허용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원주민들은 전형적인 옛날 서부극 영화의 스테레오타이프로만 가끔 등장할 뿐이죠.

은행강도에서부터 역마차에 이르기까지, 서부극의 온갖 소재들이 등장하고 진지한 멜로드라마에서 슬랩스틱까지 성격도 다양하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코엔 형제가 만들어낸 코엔스러운 세계에 갇혀 있습니다. 거의 랜덤인 운이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하고, 이는 선악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세상은 늘 생각보다 괴상하고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종종 영화는 매정하게 장르 도구들을 놀리는 잔인한 신에 의해 지배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앤솔로지 대부분이 그렇듯, 옥석이 있고, 어느 것이 옥이고 석인지는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코엔 형제가 만들어낸 인공적인 서부 세계의 향취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이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 현실 세계에 닿아있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는 만족스러운 뷔페입니다. 모든 걸 좋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훌륭한 요리사가 만든 훌륭한 요리들이죠. (19/03/03)

★★★☆

기타등등
코엔 형제의 첫 디지털 촬영 영화입니다.


감독: Joel Coen, Ethan Coen, 배우: Tim Blake Nelson, Tyne Daly, James Franco, Brendan Gleeson, Zoe Kazan, Liam Neeson, Tom Waits

IMDb https://www.imdb.com/title/tt641245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87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