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어메이징 미스터 X]는 이글-라이언 필름스에서 1948년에 만든 B 영화입니다. 전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보았는데, 의외로 잘 만든 작품이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조금 검색해보니 유령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역사에서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작품이더라고요.

영화는 크리스틴이라는 사교계 여성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크리스틴은 2년 전에 남편 폴을 사고로 잃었어요. 마틴이라고 사귀는 남자가 있지만 아직도 남편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지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고 유령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해변에 크리스틴에 대해 수상쩍을 정도로 많은 걸 알고 있는 알렉시스라는 남자를 만나지요. 그리고 이 남자는 직업 영매입니다.

여기서부터 수상쩍어지죠. 그리고 실제로 알렉시스는 사기꾼이에요. 크리스틴의 동생인 자넷은 마틴과 함께 알렉시스의 정체를 밝히려 하는데, 그만 이 사람도 크리스틴과 같은 함정에 빠져 버립니다. 알렉시스의 트릭은 대부분 뻔하기 때문에 이런 것에 속는 게 어처구니 없어 보이긴 하는데, 실제로 당시에도 많이들 속았고 지금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기의 희생자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여기까지는 가짜 영매를 폭로하는 교육용 영화 스토리 같습니다. 하지만 중간부터 영화는 갑자기 방향을 전환합니다. 스포일러라서 설명하기가 곤란해요. 하지만 알렉시스가 새로운 상황 속에서 도덕적인 갈등을 하게 된다는 점은 밝혀도 될 것 같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려진 좋은 드라마예요. 퍼블릭 도메인 영화이고 유튜브에 있으니까 궁금하시면 찾아보세요. 러닝타임도 짧습니다. 1시간 17분.

앞에서도 말했지만 의외로 잘 만든 영화입니다. 유명한 배우도 안 나오고 제작비도 쥐꼬리만했을 게 뻔한데, 촬영감독 존 올튼은 영화에 필요한 고딕적인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잘 살렸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요. 쉽게 유치해질 수 있는 상황이 연달아 나오는데, 지나치게 냉소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심각해지지 않으면서도 밸런스를 잘 잡았습니다. 한계가 뻔한 조건에서 야심없이 만들어진 영화인데 그걸 고려해보면 결과가 상당히 좋았지요. (20/04/13)

★★★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는 린 배리가 연기한 크리스틴 역으로는 캐롤 랜디스라는 배우가 먼저 캐스팅되었는데, 영화 촬영 며칠 전에 자살했다고 합니다.


감독: Bernard Vorhaus, 배우: Turhan Bey, Lynn Bari, Cathy O'Donnell, Richard Carlson, Donald Curtis, Virginia Gregg, 다른 제목: The Spiritualist

IMDbhttps://www.imdb.com/title/tt00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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