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2020)

2020.05.29 00:02

DJUNA 조회 수:1265


올해 제가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본 영화는 한제이 감독의 [담쟁이]였습니다.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갔다면 전 지금 이 글을 전주 어딘가에 있는 호텔에서 집의 고양이들을 그리워하며 아이패드로 쓰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가차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 영화를 집에서 웨이브 서비스를 통해 볼 수밖에 없었고 전 지금 고양이들의 방해를 받으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텔레비전으로 보면 좀 기분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 크롬캐스트로 봐도 끊기고, 텔레비전 전용앱으로 봐도 끊기더군요. 어쩔 수 없이 초반 11분 이후로는 아이패드로 봐야 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교사인 은수와, 옛날 제자였다가 지금은 여자친구인 예원입니다. 은수는 엄마 제사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요. 언니는 사고로 죽고 은수는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됩니다. 언니에겐 수민이라는 딸이 있고 은수는 아이에게 유일한 가족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은수와 예원은 수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하지만 이성애자 커플이라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장애물들이 놓여있어요.

대놓고 동성혼 법제화를 옹호하는 메시지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 상당부분은 사고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수민을 입양하려는 은수와 예원의 노력과 그 노력을 막는 장애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리고 정말 그것들만 성실하게 다루어도 영화 한 편을 채울 수 있는 드라마가 만들어집니다.

단지 이 모든 게 좀 교과서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일단 영화가 지나치게 예의바른 편입니다. 외부인의 시점에서 동성 커플을 선정적으로 착취하지 않으려 아주 조심하는 편인데, 그 태도는 이해가 되지만 그 때문에 캐릭터와 드라마가 위축되어 있어요. 사람들의 편견을 반영하기 위해 넣은 조연들의 대사, 뉴스와 같은 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고요. 그리고 클라이맥스를 포함한 몇몇 장면들은 순전히 멜로드라마의 효과를 위해 세팅되었어요. 조금 더 자연스러운 길이 있었을 거 같습니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커플을 연기한 우미화와 이연 그리고 수민을 연기한 김보민은 자연스러운 화학반응을 보여줍니다. 영화가 끝나고 전 이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다른 이야기가 있었을 거 같아요. (20/05/29)

★★☆

기타등등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다는 간단한 일도 못한다면 그건 불량품이 아닌가요? 제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감독: 한제이, 배우: 우미화, 이연, 김보민 다른 제목: Take Me Home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4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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