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베이질 래스본과 나이젤 브루스는 셜록 홈즈와 왓슨을 연기한 가장 유명한 배우 팀이었지요. 우리나라에는 [위대한 명탐정 바실]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The Great Mouse Detective]의 원작인 [Basil of Baker Street] 시리즈가 생쥐 탐정 이름을 베이질이라고 붙였던 것도 베이질 래스본의 명성 때문이었고요. 하지만 그 뒤로 홈즈를 연기한 배우들이 워낙 많다보니 요샌 베이질 래스본을 최고의 홈즈라고 부르긴 좀 어렵습니다. 런던의 홈즈 박물관에서 가장 큰 사진이 붙어 있는 것도 래스본이 아니라 러시아 배우 바실리 리바노프고요.

하여간 래스본과 브루스는 1939년부터 1946년까지 14편의 셜록 홈즈 영화를 찍었습니다. 20세기 폭스에서 찍은 [바스커빌 가문의 사냥개]와 [셜록 홈즈의 모험]은 원작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첫 홈즈 영화였다고 해요. (이상하게 들리지만 당시엔 홈즈 소설이 비교적 최근 작품이었지요) 하지만 유니버설로 넘어간 뒤로 이 시리즈는 B 영화가 되었습니다. 제작비도 줄고 시대배경도 40년대의 현대로 옮겨졌지요. 그 중 후기 네 편이 퍼블릭 도메인이 되었는데 [공포의 밤]은 그 중 한 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설정의 영화입니다. 주인공이 역에 도착하며 시작했다가 액션 대부분이 열차에서 벌어지며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하며 끝나요. 이 영화에서 셜록 홈즈는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나는 귀부인의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를 지키는 임무를 맡습니다. 하지만 열차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귀부인의 아들이 살해당하고 다이아몬드가 사라집니다. 범인은 누구일까요.

코난 도일의 원작과 큰 상관은 없는 작품입니다. 원작의 고정 캐릭터가 한 명 등장하는 것처럼 레퍼런스가 조금은 있지만요. 제가 보기엔 그렇게 잘 쓰이거나 홈즈라는 캐릭터를 그리 잘 살린 작품도 아닙니다. 아무리 40년대 홈즈라고 해도 이 사람이 보석 수송의 경비를 책임지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그리고 영화에서 자그마치 세 명이나 되는 사람이 죽는데, 위대한 명탐정이 아무 일도 안 하는 건 좀 어이가 없습니다. 수상쩍은 용의자들은 좀 성의없이 나열되어 있고요.

가장 아쉬운 건 왓슨 캐릭터의 사용입니다. 이 영화에서 왓슨은 그냥 어릿광대이고 바보예요. 지나치게 많은 장면에서 왓슨은 순전히 코미디용으로 소비됩니다. 하지만 왓슨은 바보가 아니잖아요. 그냥 바보라면 우리가 사랑하는 홈즈와 왓슨의 콤비 플레이가 성립이 안 되지요. (20/06/27)

★★☆

기타등등
전 래스본의 홈즈 시리즈를 텔레비전에서 틀어준 걸 어렸을 때 본 적 있어요. [공포의 밤]도 그 때 본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전 당연히 텔레비전 시리즈인 줄 알았어요.


감독: Richard Stanley, 배우: Basil Rathbone, Nigel Bruce, Alan Mowbray, Dennis Hoey, Renee Godfrey, Frederick Worlock, Mary Forbes, Skelton Knaggs, Billy Bevan, Geoffrey Steele, Harry Cording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39017/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6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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