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렐 마더스 Madres paralelas (2021)

2022.04.04 22:20

DJUNA 조회 수:1637


유부남 법의학자 아르투로와 사귀다가 임신한 사진작가 자니스는 역시 임신한 틴에이저인 아나와 같은 병실을 쓰게 되고 둘은 같은 날 모두 딸을 낳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니스는 두 사람의 딸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니스는 아나와 동거하게 되지만 차마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말할 수가 없습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 [페러렐 마더스]는 감독 이름을 듣지 않아도 알모도바르 영화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알모도바르스러운 멜로드라마입니다. 자니스와 아르투로가 매우 알모도바르스럽게 엮일 거라는 건 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남자들의 비겁함과 폭력,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는 모정, 경계가 불분명하고 끈끈한 여자들의 관계. 모든 게 있습니다.

단지 영화는 조금 넓은 틀 안에서 이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르투로는 화보 촬영장에서 자니스와 만났다가 자니스의 고향에 있었던 대학살 희생자의 무덤을 발굴하는 기획에 동참하게 됩니다. 후반부까지 휘몰아치던 알모도바르 멜로드라마가 정리가 되면 주인공들은 자니스의 고향에 모이고 발굴이 시작됩니다.

얼핏 보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이야기는 굳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중반의 멜로드라마는 그게 없어도 알아서 작동하고 그 때문에 좀 딴 이야기 같으니까요. 하지만 원래 과거와 현재는 딱 그 정도로만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라 오히려 자연스럽고, 역사의 큰 그림 안에서 자니스와 아나가 엮인 작은 멜로드라마는 보다 보편적인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부당한 폭력,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혈통과 가족의 의미 그리고 여자들의 연대와 같은 것들 말이죠. 그 연결성은 종종 거칠고 투박하지만 멜로드라마는 원래 그러려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패러렐 마더스]는 아주 효과적인 멜로드라마입니다.

페넬로페 크루스의 여덟 번째 알모도바르 영화입니다. 수십 년에 걸친 배우와 감독의 합이 스크린을 장악합니다. 크루스의 클로즈업이 나오는 거의 모든 장면이 압도적이에요. 익숙하기 짝이 없는 크루스와는 달리 밀레나 스밋은 거의 신인인데, 노련한 배우와 풋풋한 신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그 특별한 화학반응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로지 데 팔마도 나와요. 아홉 번째 알모도바르 영화라고. (22/04/04)

★★★☆

기타등등
자니스와 어머니의 것이라고 나오는 사진은 스페인의 사진작가 오리올 마스폰스의 작품입니다.


감독: Pedro Almodóvar, 배우: Penélope Cruz, Milena Smit, Aitana Sánchez-Gijón, Israel Elejalde, Julieta Serrano, Rossy de Palma. 다른 제목: Parallel Mothers

IMDb https://www.imdb.com/title/tt1261892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7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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