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드 다운 Upside Down (2012)

2012.11.02 00:11

DJUNA 조회 수:10584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의 [업사이드 다운]의 예고편을 보면서, 전 어떻게 해야 저 세계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정반대의 방향으로 중력을 받는 두 세계가 몇 킬로미터 정도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샌드위치처럼 겹쳐져 있더군요. 인상적인 비주얼이지만 이게 가능합니까?

프롤로그를 보니 영화는 이 세계에 대해 설명을 하긴 합니다. 다른 종류의 중력을 받는 물질로 이루어진 두 개의 행성이 겹쳐져 있는 모양이에요. 음... 제 머리는 더 복잡해집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두 개의 행성이 이런 모양을 안정된 형태로 유지하는 세계는 상상할 수 없어요. 다른 '중력'을 받는다니 충돌하지는 않겠군요. 하지만 무슨 힘으로건 연결되어 있어야 이 어색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닙니까? 게다가 이들은 어떻게 하나의 태양을 공전하는 거죠? 이들은 어떻게 자전하나요?

그냥 이 모든 이상한 규칙들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세상은 여전히 괴상합니다. 우선 이런 식으로 두 행성이 겹쳐져 있다면 샌드위치 모양의 세계는 극히 일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정도 크기의 행성은 다 둥그니까요. 그런데 영화는 두 세계가 닿아있는 영역만이 이 세계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거대한 행성이 하늘을 덮고 있는 세계라면 영화가 그리는 '낮'도 존재할 수 없겠지요.

영화에는 말도 안 되는 법칙이 또 하나 존재합니다. '물질'이 '역물질'과 닿으면 몇 시간 뒤에 열이 나서 타버린답니다. 그래서 가난한 '하부 세계' 사람들은 우연히 발견한 '상부 세계'의 물질을 냉장고 안에 저장해 두었다가 석탄 대신 쓰기도 해요. 이건 이 영화에서 가장 어처구니가 없어요. 이 영화는 상부 세계와 하부 세계에 사는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니까요. 설정부터가 규칙을 파괴하고 있는 거죠. 물론 이 하부 세계와 같은 세계 사람들이 같은 공기를 마시고 종종 같은 음식도 먹는다는 걸 고려해보면 이건 그냥 말이 안 돼요...

아, 내용. 상부 세계와 하부 세계가 있어요... 생각해보니 이 이름도 이상하네. 이 사람들 관점에 따르면 자기네 행성은 모두 '하부 세계'일 테니 말이죠. 하여간 상부 세계는 부유하고, 하부 세계는 가난합니다. 하부 세계의 아담은 어린 시절 산에서 만난 상부 세계의 에덴을 사랑해요. 하지만 에덴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아담의 기억을 잃어버리죠. 에덴을 만나겠다는 열망만으로 이 두 세계를 연결하는 마천루 트랜스 월드에 취직한 아담은 에덴을 만나기 위해 두 세계 사람들이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어기고 상부 세계로 올라가요. 

어떻게 하냐고요? 상부 세계의 금속으로 무게추를 만들어 옷에 숨겨서요. 물론 전 이것도 못 믿어요. 이런 식으로 어떻게 상부 세계의 중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여전히 아담은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걸요. 이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세요? 게다가 그 무게추의 부피는? 그 추가 납이라고 치죠. 납의 비중은 11.337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그 추는  인간의 몸보다는 훨씬 작죠. 하지만 아담 정도 몸집이 남자 몸무게를 상쇄하려면 여전히 엄청나게 큰 추를 달고 있어야 해요. 게다가 그냥 몸무게를 상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죠. 그의 몸무게 만큼을 또 더해야 상부세계의 중력을 받으며 제대로 움직일 수 있죠. 그렇다면 그가 감시망을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산타 클로스로 변장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만약 산타 클로스로 변장한다면 몸이 제대로 움직일까? 아뇨. 무게와는 별도로 또 질량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른 중력을 받은 두 종류의 물질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두 물체는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관성의 힘을 받습니다. 이 경우는 보통 몸무게의 세 배의 힘을 받게 되겠죠? 이 상황에서 걷다가 일단 멈추어 서려면... 재난이죠.

이런 식으로 끝없이 갑니다. 전 몇 시간 동안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수 있어요. 물론 판타지나 SF를 볼 때는 어느 정도 의심을 접어두는 것이 필수예요. 하지만 그건 관객들의 의무가 아니죠. 영화가 그리는 판타지의 세계가 어떻게 봐도 존재할 수 없는 부실한 곳이라면 관객들의 의심을 비난할 수는 없어요. 게다가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냥 뻔하디 뻔한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거든요. 당연히 이들의 세계에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건성이면... 한숨이 나오는군요. 차라리 아무런 배경 설명 없이 대사 없는 15분 정도의 중단편을 만들었다면 전 믿었을 거예요. 하지만 장편은 어림없죠.

그래도 예쁘긴 합니다. 도회지 스타일로 그린 맥스필드 패리쉬의 그림 같다고 할까요? 이중의 중력을 재료로 몇몇 매력적인 장면들이 만들어지기도 해요.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키어스틴 던스트와 짐 스터지스는 좋은 배우들이고요. 하지만 이건 여전히 단편 영화나 태양의 서커스 공연에나 더 잘 어울립니다. 아무래도 이 재료로 장편 영화를 만든 건 실수라고밖에 할 수 없군요. 아쉽습니다. 전 이 감독의 단편 [머리 없는 남자]를 좋아했는데. (12/11/02) 

★★

기타등등
중간에 [머리 없는 남자]의 제목이 살짝 언급됩니다. 영화 제목으로는 아니고요...

감독: Juan Diego Solanas, 출연: Jim Sturgess, Kirsten Dunst, Timothy Spall

IMDb http://www.imdb.com/title/tt137499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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