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인형 3D The Nutcracker in 3D (2009)

2012.12.13 20:12

DJUNA 조회 수:6882


보도자료에 따르면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는 [호두까기 인형]의 영화판을 만들기 위해 20년의 세월을 바쳤다고 하더군요. 하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 영화가 공들인 시간에 어울리는 걸작이 되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원작이 뛰어나고 감독이 거장이라고 해도 결과는 시원치 않을 수도 있는 겁니다. 오히려 공들인 시간과 노력 때문에 감독이 노골적인 단점들을 보지 못하고 넘어가 실패하는 경우도 꽤 많지요. [호두까기 영화]의 일차적인 문제도 거기에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버전에서 콘찰로프스키는 배경을 20세기 초의 비엔나로 옮겼습니다. 주인공인 메리는 삼촌으로부터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받고, 동생이 그걸 망가뜨리고, 나중에 호두까기 인형이 살아 움직이고, 쥐의 왕과 대전투를 벌인다는 이야기의 틀은 그대로 있어요. 단지 영화는 도입부에 프로이트를 등장시키고, 메리의 삼촌을 아인슈타인으로 만드는 이상한 수를 쓰고 있습니다. 그가 비엔나에서 그렇게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이유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콘찰로프스키는 쥐의 왕을 히틀러와 비슷한 독재자로 만들고, 그의 만행을 앞으로 유럽에서 일어날 파시즘의 전조쯤으로 그립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호프만의 동화를 벗어나 스팀 펑크 기계들이 등장하는 SF 액션 영화로 옮겨갑니다. 그럴 수도 있죠.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동화의 논리와 액션영화의 논리 사이에서 올바른 위치를 잡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 이야기가 쉽게 유치해질 수밖에요.

전 음악은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뮤지컬 넘버나 영화음악이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이나 그가 작곡한 관현악곡에서 멜로디를 빌려오고 있는데, 꽤 자연스럽고 몇몇 부분에서는 썩 잘 먹힙니다. 단지 제가 오늘 본 더빙판에서는 노래 가사의 일부를 번역해놓지 않았더군요. 개봉 전까지 보완될 것이라 믿습니다.

열혈 엘 패닝 팬이어서 오로지 엘 패닝의 미모를 보는 것만으로도 3D 영화 관람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분들, 엘 패닝과 김유정의 목소리가 변신합체하면 어떤지 궁금해 미치겠는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로서는 별 매력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매년 쥐의 왕을 척살하는 장면을 봐야겠는데, 발레 볼 시간이 없는 분들에게는 비추천. 존 터투로가 연기하는 쥐의 왕은 별로 쥐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쥐의 왕이 죽는 장면도 안 나오니까요. (12/12/13)

★★

기타등등
시사회에서 호두과자를 사은품으로 주더라고요.

감독: Andrey Konchalovskiy, 배우: Elle Fanning, Nathan Lane, John Turturro, Frances de la Tour, Aaron Michael Drozin, Richard E. Grant, Yuliya Vysotskaya, Shirley Henderson, Charlie Rowe

IMDb http://www.imdb.com/title/tt104180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5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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