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탈자 (2016)

2016.04.12 22:06

DJUNA 조회 수:9219


곽재용의 [시간이탈자]는 타임리프 영화입니다. 전 업계 종사자로서 이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이 장르에 속해있는 작품들을 싫어한다는 게 아니라 시간여행을 질문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것으로 놓고 게임을 전개해가는 방식을 하나의 장르로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싫어요. 저에겐 이게 너무 게을러 보입니다. 그래도 여기서 꽤 재미있는 게임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요.

이 영화의 게임은 1980년대와 2010년대에 사는 두 남자가 우연한 사고로 정신적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1980년대 사람은 음악교사이고 2010년대 사람은 형사예요. 서로의 세계를 탐구하던 두 사람은 며칠 뒤에 같은 학교의 동료교사인 음악교사의 여자친구가 살해당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음악교사는 그 살인을 막으려 하지만 실패하고요. 그런데 2010년엔 그 여자친구와 똑같인 생긴 교사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지루한 영화는 아닙니다. 아무리 전형적인 타임리프물이라고 해도 이 정도 상황이라면 그 괴상함과 소망성취의 판타지만으로도 관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죠. 80년대와 10년대에서 연달아 벌어지는 살인, 납치, 방화가 주는 자극도 충분하고요. 끝날 때까지 따분할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뭔가가 일어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퀄리티가 좋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각본이 제대로 된 게임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논리적인 구멍이 많고 게임 규칙은 편리하게 뒤틀려져 있어요. 캐릭터들의 정보 교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갑갑하고, 주인공의 우선순위가 기형적이라 중반 이후엔 감정이입도 어렵습니다. 약한 논리 위를 흐르는 신파의 정서도 문제가 커요. 대사나 캐릭터, 연기지도는 딱 90년대 초반식이고요.

이 영화에서 가장 본전을 뽑은 건 조정석인데, 그건 이 배우의 개성이 이런 구식 접근법에 맞기 때문이죠. 하지만 1인 2역을 하고 있는 임수정은 여자주인공을 무조건 청순가련 예쁘기만한 희생자로 만들려는 감독의 의도 때문에 질식할 지경이고 이진욱은 이 장르의 유경험자인데도 어색한 스토리 라인 속에서 끝까지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합니다. 다 감독 탓이죠. (16/04/12)

★★

기타등등
라이브톡으로 봤는데, 연달아 터지는 곽재용의 아재 개그 때문에 공포에 질렸습니다. 그런 농담들을 감독이 현장에서 끝도 없이 터트렸다니 노동환경이 어땠을지 알만해요.


감독: 곽재용, 배우: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 정진영, 이기우, 온주완, 이민호, 전신환, 다른 제목: Time Renegades

IMDb http://www.imdb.com/title/tt559740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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