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Arrival (2016)

2017.02.06 23:33

DJUNA 조회 수:12979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는 테드 창의 SF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죠. 할리우드에서는 드문 예입니다. 테드 창은 SF 문학계의 대스타지만 정통 SF 문학이 할리우드 영화로 각색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죠. SF 영화와 SF 문학은 은근히 따로 놉니다. SF 문학은 은근히 영화로 옮겨지기 어려운 부분을 많이 갖고 있고,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멀끔한 영화로 만들어졌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하죠.

외계인 방문 이야기입니다. 전세계 이곳 저곳에 거대한 외계 우주선이 나타납니다. 지구인들은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언어학자인 루이스 뱅크스를 데려옵니다. 루이스는 일곱 개의 다리를 가진 헵타포드라는 이름의 외계인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데 이 외계언어에는 지구의 언어와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테드 창의 단편은 외계인의 방문이라는 흔한 설정에서 외계 언어라는 주제만 가져와 거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소설을 보면 외계 우주선의 묘사나 지구인들의 반응과 같은 것엔 거의 전적으로 무관심해요. 하긴 그것들은 아주 깊이 다루지 않으면 클리셰에 빠지기 쉬우니까요. 소설은 거의 전적으로 외계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의 내면만을 다룹니다. 그 연구과정은 그냥 글로 읽으면 굉장히 매혹적이고 재미있죠. 하지만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로지 언어를 통해 접할 때만 그 매력이 최대한으로 전달되는 작품입니다.

원작을 읽은 독자들은 빌뇌브의 영화가 타협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원작이 갖고 있는 언어학, 물리학, 과학철학의 모험은 이 영화에서 어쩔 수 없이 간소화됩니다. 사실 뒤의 두 개는 거의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죠. 대신 외계인 방문으로 충격받은 인류의 묘사나 의사소통 중 일어난 오해 때문에 일어난 전쟁 위기 같은 것들이 들어가는데, 이것들은 테드 창이 처음부터 뻔하다고 옆으로 치워버린 것이니 원작의 팬들은 따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원작을 잠시 옆으로 밀어놓고 본다면, [컨택트]는 여러 모로 잘 만든 영화이고, 제대로 된 영화화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원작을 갖고 작업한 작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각색의 성취도 역시 상당합니다. 원작이 외계종족과의 만남을 최대한 일상적으로 묘사했다고 해서 영화가 그려낸 경이로움의 감정이 과소평가될 이유는 없죠. 헵타포드나 그들의 문자와 같은 것의 시각적 구현 역시 설득력 있고요. 여전히 통속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남아있지만 거기에 그렇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봐요.

무엇보다 루이스 뱅크스를 연기한 에이미 애덤스의 존재감이 큽니다. 캐릭터도 좋았는데, 배우도 좋았던 거죠. 루이스는 과학자로서 위엄과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 명의 여성, 인간으로서 격렬한 드라마를 겪는 인물인데, 에이미 애덤스는 흔한 할리우드 여성과학자 스테레오타이프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굉장히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6년 최고 연기 중 하나였는데, 아카데미 후보에도 못 올랐다고요. 저런. (17/02/06)

★★★☆

기타등등
원래는 [네 인생의 이야기]라는 원제를 쓰려다가 비공개 시사회의 반응이 안 좋아서 [어라이벌]로 제목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이걸 또 [컨택트]로 바꾸었어요. 반응이 안 좋습니다. 트위터에서는 [컨택트] 대신 [어라이벌]이 실검에 뜨기도 했지요.


감독: Denis Villeneuve, 배우: Amy Adams, Jeremy Renner, Forest Whitaker, Michael Stuhlbarg, Mark O'Brien, Tzi Ma, Abigail Pniowsky, Julia Scarlett Dan, Jadyn Malone, 다른 제목: 어라이벌

IMDb http://www.imdb.com/title/tt254316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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