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채플린 Dancing Chaplin (2010)

2012.01.18 01:30

DJUNA 조회 수:7185


수오 마사유키와 롤랑 프티. 이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이건 '케빈 베이컨의 여섯 단계'와 비슷합니다. 수오 마사유키의 아내는 [쉘 위 댄스]의 주연배우인 쿠사카리 타미요입니다. 쿠사카리 타미요는 롤랑 프티의 [아를르의 여인]의 배역을 맡은 뒤로 루이지 보니노의 지도를 받았고요. 롤랑 프티는 [아를르의 여인]의 배역이 결정되자 [쉘 위 댄스]를 보았고 좋은 인상을 받은 모양입니다. 그러던 중 프티의 아내 지지 장메르가 루이지 보니노에게 롤랑 프티의 발레 [Chaplin Dances]의 영상화를 제안했고, 보니노는 이 작업을 쿠사카리 타미요/수오 마사유키 부부와 함께 한다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수오 마사유키의 [댄싱 채플린]라고 해요.

영화는 2막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막은 60일간의 촬영 준비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입니다. 채플린을 맡은 루이지 보니노와 댄서들이 일본에 도착하고 쿠사카리 타미요와의 리허설이 진행됩니다. 그들이 언어 장벽을 이겨내며 호흡을 맞추는 동안, 수오 마사유키는 롤랑 프티와 대화를 나누고 스위스로 날아가 채플린의 아들을 만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안 영화는 앞으로 관객들이 보게 될 발레의 내용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흘립니다. 그리고 2막이 되면, 1막의 대립, 갈등이 봉합되고 발레가 완성되어 카메라 앞에서 공연됩니다.

개인적으로 2막의 발레 영화에 큰 감흥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롤랑 프티와 루이지 보니노의 발레가 나빴느냐. 그건 아니었습니다. 발레가 끝나자, 전 이 작품을 진짜로 무대에서 보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수오 마사유키의 영화가 하나의 온전한 작품으로 감상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말이 됩니다. 전 이 작품이 이미 존재한다는 [Chaplin Dances]의 영상물보다 특별히 나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청중의 반응이 없는 녹화 공연이니 뭔가 더 빠진 것일 수도 있죠. 게다가 2막 20장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원작이 전부 담긴 것도 아닙니다.

이 발레에서 수오 마사유키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이미 무대에서 완성된 작품이니까요. 그는 몇몇 춤을 야외로 끌어내기도 하고 부감촬영과 같은 영화적 테크닉을 삽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창의적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영상 녹화에서 벗어나려는 소극적 반항에 가깝습니다. 이미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던 롤랑 프티와의 적극적인 협력도 어려웠고요. 그렇다고 카메라가 무용수를 충분히 따라가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감독이 작품의 통제권을 쥐고 있던 [쉘 위 댄스] 때와 많이 다르죠.

하지만 다큐멘터리로서 영화는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영화 아이콘인 채플린의 이미지를 발레로 옮긴 작품을 다시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레와 영화라는 두 장르가 결합되고 섞이는 과정은 오묘합니다. 그보다 저에게 더 재미있었던 건 일본인들이 서구의 예술을 받아들이고 감상하는 그 독특한 과정이었습니다. 루이지 보니노와 쿠사카리 타미요의 파 드 되는 그 묘한 자의식과 자존심, 매혹이 완성된 결과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수오 마사유키가 발레의 정수를 완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해도 여전히 발레 자체는 감상의 가치가 있지요. (12/01/18) 

★★★


기타등등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의 상영관보다는 HD 텔레비전 쪽이 화질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감독: Masayuki Suo, 출연:  Luigi Bonino, Tamiyo Kusakari, Roland Petit, Jean Charles Verchere, Lienz Chang, Martin Harrigue, Gregoire Lansier, Jean Philippe Halnaut


IMDb http://www.imdb.com/title/tt169789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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