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이 (2011)

2011.11.18 12:09

DJUNA 조회 수:9849


[다슬이]는 미술 재능이 있는 서반트인 자폐 아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자간담회 때 들어보니, 감독인 박철순은 어린 시절 잠시 친구였던 자폐인 소년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주인공 다슬이는 울진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할머니, 삼촌과 살고 있습니다. 아홉 살이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고, 하는 일이라고는 오직 크레파스로 마을 담벼락에 낙서 하는 것과 집에서 눈사람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무한반복 시청하는 것밖에 없죠. 몇 년만에 동네에 눈이 내리자, 다슬이는 직접 눈사람을 만들어 친구처럼 끌고 다닙니다.


다슬이의 환경은 사실주의 드라마와 멜로드라마의 관습, 동화가 적당히 섞여 있습니다. 다슬이가 사는 세계는 얼핏 사실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 모두가 다슬이의 존재를 '낙서하는 애'로만 여기는 설정은 오히려 비현실적이죠. 그리고 다슬이가 크레파스를 포기하고 페인트 통을 들고 다니는 순간부터 영화는 그냥 멜로드라마의 관습으로 들어옵니다. 현실적으로, 다슬이와 같은 아이가 그런 작업에 동원할 수 있는 분량의 페인트를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고, 그 작업 자체가 서반트 아이들을 다룬 드라마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익숙한 관습이 많이 보이는 영화이지만, [다슬이]는 멜로드라마에 쉽게 항복하지 않습니다. 소재와 주제 자체가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에 완전히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레인 맨]처럼 자폐인의 주변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으면 이 소재의 이야기는 멜로드라마에 필요한 복잡한 인간 감정을 다 끌어내기가 어려워요. 영화는 일단 그 사실을 인정하고 다슬이의 그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합니다. 그 때문에 주인공 다슬이의 행동은 멜로드라마보다는 호러에 가까운 오싹함을 보여줄 때가 많아요. 단지 영화는 그렇다고 호러 장르에서처럼 아이를 타자화시키지는 않습니다. 그건 그냥 다른 뇌를 가진 다른 사람이 세상을 보는 방법일 뿐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거의 전적으로 아역배우의 연기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다슬이 역의 유해정은 그냥 훌륭합니다. 물론 전 이 배우의 연기가 얼마나 '사실적'인가를 평가할 수 없어요. 하지만 유해정의 연기는 시적이고 강렬하며 불필요한 동정심 강요 따위는 단 1초도 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배우예요.(11/11/18)


★★★


기타등등

감독의 전작 [강낭콩 싹 틔우기]가 텔레비전에 잠시 나와요.

 

감독: 박철순, 출연: 유해정, 김송일, 주부진, 권오진, 다른 제목: Lovable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The_Lovely_Child.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6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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