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블랙 The Woman in Black (2012)

2012.02.07 23:52

DJUNA 조회 수:14076


[우먼 인 블랙]은 1983년에 발표된 수잔 힐의 장편소설로, 이 작품은 1989년에 텔레비전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된 적 있습니다. 두 편 모두 호러 팬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죠. 전 원작소설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텔레비전 영화와 연극은 보았습니다. 이번에 해머에서 나온 [우먼 인 블랙]은 이 소설의 첫 번째 극장판 영화 각색물입니다.

영화는 얼마 전에 아내를 잃은 아서 킵스라는 젊은 변호사가 일 마시라는 저택을 처분하기 위해 크리딘 기포드라는 해변 마을에 파견되면서 시작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 낯선 젊은이를 하루 빨리 쫓아내려고 안달이죠. 그건 그 저택에 검은 옷의 여인이라는 귀신이 살고 있고 그 귀신이 나타나면 마을의 아이들이 죽는다는 미신 때문입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저택에 남은 킵스는 서류를 뒤지다가 이 저택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들에 대해 알게 됩니다. 물론 검은 옷을 입은 유령도 만나게 되고요.

영화는 일종의 '귀신의 집' 놀이공원과 같습니다. 일 마시라는 저택은 빅토리아 시대의 시체와 같은 곳으로, 오로지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무섭게 하기 위해 디자인된 집입니다. 밀물이 되어 섬이 고립되고 어두워지면 귀신 들린 집의 모든 레파토리가 총동원됩니다. 삐걱거리는 소리, 저절로 움직이는 물건들, 어둠 속에서 노려보는 유령들. 물론 집 안의 모든 물건들은 무섭게 생겼으며 저택에는 끔찍한 사연이 있지요.

다른 각색판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기로 하죠. 텔레비전 영화는 극도로 암담합니다. 어둡고 우울하고 주인공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가라앉기만 합니다. 심지어 결말은 원작보다도 더 어두워요. 영화를 지배하는 것도 자극적인 공포보다는 탈출할 수 없는 감옥에 갇힌 듯한 암담한 기분이죠. 연극은 많이 다릅니다. 역시 밝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극장주의적인 트릭들을 잔뜩 활용해서 자극적이고 신나는 마술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졌죠.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두 편 다 '검은 옷의 여인' 귀신의 본격적인 등장을 클라이맥스로 잡고 있고 그 부분이 작품 전체를 통해 가장 무섭다는 것입니다.

새로 나온 영화는 텔레비전 영화와 연극의 중간 정도 됩니다. 일단 온갖 방법으로 관객들을 놀래키려고 작정한 점은 연극을 닮았어요. 하지만 그 방법은 연극적이 아니라 영화적이죠. 그리고 이야기 변형이 가장 많이 되어있습니다. 텔레비전 영화와 연극에서 주인공은 철저한 희생자입니다. 하지만 영화 버전의 주인공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꽤 많이 합니다.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이 인물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해리 포터의 기운이 조금 느껴지기도 해요. 기본 틀이 탄탄한 이야기에서 갑자기 방향 전환을 했기 때문에 결말의 일관성이 약하며 종종 인위적으로 보이기도 하죠.

제가 보기에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검은 옷의 여인' 귀신이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저번 각색물에는 있었던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하죠. 그러면서도 귀신의 과거 사연은 경제적으로 축소되어 있거든요. 느긋하게 귀신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분위기에 젖을 여유가 없는 겁니다. 주인공이 비교적 분주하게 저택과 마을을 오가기 때문에 고립된 느낌이 약한 것도 걸립니다.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지만 여백이 모자라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검은 옷의 여인'은 지금까지 나온 '검은 옷의 여인' 귀신들 중 가장 약하더라고요. 안 무서운 건 아닌데, 상대적으로 약해요.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말이 많았는데, 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좀 어리긴 한데, 이상할 정도까지는 아니죠. 원래 그렇게 동안인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막판의 해결 장면이 나올 때까지 전 해리 포터 생각은 안 했습니다. 아마 제가 이런 부분에서 생각 전환이 비교적 쉬운가봐요. 그래도 나이가 걸리긴 하는데,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경제적, 사회적 압박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지거든요. 텔레비전 영화에서는 귀신보다 이것들이 더 무서웠죠.

그러니까 완벽한 각색물은 아닙니다. 적당히 타협도 했고 무리한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빈틈 없이 재미있고 자극도 충분하며 우리가 고전적인 영국 공포 영화에서 기대하는 고풍스러운 재미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해머 영화사 상표를 단 제품으로 별 문제 없는 것 같습니다. (12/02/07) 

★★★

기타등등
텔레비전 영화에서 주인공 아서 키드를 연기한 배우 에이드리언 롤링스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제임스 포터죠. 우연일 겁니다.

감독: James Watkins, 출연: Daniel Radcliffe, Ciarán Hinds, Janet McTeer, Sophie Stuckey, Misha Handley, Roger Allam, Shaun Dooley, Mary Stockley, Alexia Osborne, Tim McMullan, Daniel Cerqueira, Liz White, Alisa Khazanova, Ashley Foster, Aoife Doherty


IMDb http://www.imdb.com/title/tt159636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7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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