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가 돌아왔다 (2012)

2012.03.20 21:31

DJUNA 조회 수:11725


사악한 자본가 악당 김택수 회장은 회사를 처분하고 연구소의 기밀을 해외로 빼돌리려 합니다. 이를 막으려던 해직 연구원들의 리더인 한진수는 김회장의 부하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이럴 때 갑자기 김택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자, 한진수의 딸 동화는 한진수의 동료 현철과 함께 김택수의 시체를 훔쳐 몸값을 뜯어낼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단순히 몸값만 몇 억 뜯어내려 했던 그들의 소박한 계획은 국정원, 김택수의 살인범들, 사채업자 일당 무엇보다 범행 한가운데에 예의없이 뛰어든 사기꾼 진오 때문에 엉망이 됩니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작가들에게 쥐약인 장르에 속해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이 장르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액션과 코미디의 가능성이 사방에 널려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는 이미 백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장르이고 넘어서야 할 선례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하지만 경험없는 작가는 정작 자기가 풀어놓은 떡밥만 대충 처리해도 이 시나리오가 엄청 재미있을 줄 알지요. 넘어야 할 고지는 저기 위에 있는데 대부분 중간에 주저앉고 말아요. 초보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톰 슐만은 아카데미 상도 받은 베테랑이지만 [가방 속의 여덟 머리]를 썼지요. 함정이에요. 조심해야 합니다.

[시체가 돌아왔다]도 그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시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코미디이니 엣지 있고 똘끼 넘칠 것 같죠? 안 그래요. [주말의 살인 Weekend at Bernie's]이 나온 게 1989년이니 당시에 있던 엣지도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라진지 오래죠. 그리고 아마 [주말의 살인]도 이런 이야기를 다룬 최초의 영화는 아니겠죠.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영화일 뿐이지.

걱정했던 대로, 영화는 숙제하듯 코앞의 문제만 풉니다. 말이 되는 부분은 별로 없지만 이야기는 대충 봉합했습니다. 속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재료의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부분은 거의 없어요. 현철은 천재로 설정되어 있지만, 머리를 쓰는 부분은 '천재 캐릭터'임을 보여주는 초반 몇 장면밖에 없습니다. 동화는 똘기 있는 행동파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 설정을 보여주는 초반 몇 분을 제외하면 그냥 평범하고요. 사기꾼 진오를 소개하는 부분은 공을 많이 들였지만 정작 이후의 발전은 무난하기만 합니다. 


무게중심과 우선순위의 계산도 이상합니다. 예를 들어 그들의 계획에서 누군가가 시체 역할을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가 않으며 심지어 시체 역할 자체가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도 영화 내내 이들은 여기에 집착한단 말이죠. 게다가 이런 종류의 코미디엔 필수인 대사의 감이 떨어지는 편이고 속도에 맞는 리듬감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짜릿함이 부족한 편입니다. 기계장치의 신을 동원한 해결책은 싱겁고요.

배우들의 활용은 대부분 무난하거나 아쉽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범수는 [홍길동의 후예] 시절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노련하고 프로페셔널하지만 평범하죠. 류승범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 신나게 놀고 있지만, 그 조건이 재료도 주지 않고 배우 혼자 알아서 해보라는 상황에 가까워서 안타까운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김옥빈은 거의 맞춤 캐릭터라 오히려 심심한 편이고요. 전 시치미 뚝 떼고 진지하게 코미디 연기를 하는 국정원 직원역 유다인이 더 귀엽더군요. (12/03/20) 

★★

기타등등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영화 속 사람들은 디지털 정보를 꼭 그런 식으로 보관하고 옮겨야 하나요. 왜 아무도 인터넷을 활용 안 하죠? 


감독: 우선호, 출연: 이범수, 김옥빈, 류승범, 정만식, 유다인, 신정근, 고창석, 정인기, 오정세, 배정남 다른 제목: Over My Deadbody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Over_my_Dead_Body.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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