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쇼퍼 Personal Shopper (2016)

2017.01.31 21:19

DJUNA 조회 수:8508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퍼스널 쇼퍼]에서 연기한 캐릭터 모린은 역시 아사야스가 감독한 [클라우드 오브 실스 마리아]에서 스튜어트가 연기한 밸런타인과 여러 모로 설정이 겹칩니다. 두 사람 모두 유럽에 거주하는 미국인이고 유명한 유럽 여자배우에게 고용되어 있죠. 이 연속성이 얼마나 의도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보다 보면 전작과 꾸준히 비교하게 됩니다.

유사점만큼 차이점도 큽니다. [실스마리아]의 밸런타인은 속을 읽을 수 없는 조연입니다. 예쁘고 매력적이고 유능하다는 캐릭터의 표면적, 기능적 가치가 더 중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퍼스널 쇼퍼]는 주인공인 모린의 내면으로 들어갑니다. 전작에서 그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가 여전히 나오고 있지만 그 매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죠.

밸런타인은 비서지만 모린은 퍼스널 쇼퍼입니다. 유명인사들을 대신해 쇼핑을 해주는 게 직업이지요. 밸런타인과는 달리 모린은 자기 일이 싫고 고용주도 싫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 쌍둥이 형제 루이스가 병으로 죽어서 기분이 더 안 좋습니다. 더 불편한 건 모린의 심장이 루이스와 같은 종류의 기형이라는 거죠. 아니,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모린과 루이스는 모두 영매입니다. 적어도 두 사람은 자기네들이 그렇다고 믿고 있죠. 두 사람은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죽으면 내세에서 연락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언제든지 형제의 유령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상황인 거죠. 그 유령을 보고 놀라 죽을 수도 있는 거고.

[퍼스널 쇼퍼]는 상당히 좋은 유령 영화입니다. 모린이 겪는 초자연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경험의 묘사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호러 장치들을 통해 묘사됩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유령들도 시적인 만큼이나 무섭고요. 중반 이후에 모린은 역시 초자연적인 존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존재로부터 문자 공격을 받는데, 이 장면은 굉장히 잘 짜여졌고 서스펜스도 상당합니다. 강도만 본다면 상당한 수준의 호러/서스펜스 물이에요. 그냥 이 방향으로 가도 되겠습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결국 아트 하우스 영화로 남습니다. 일단 영화는 이 일들을 완전히 설명하거나 마무리지을 생각을 안 합니다. 그리고 유령과 초자연현상만큼이나 퍼스널 쇼퍼라는 직업 속에서 모린이 빠져 있는 공허함의 함정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그리고 있죠. 그러는 동안 은근히 '남의 옷'을 이용한 페티시를 자극하기도 하고요. 당연히 영화는 '난해'해지는데 그게 나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요새 숙련된 장르 관객들이라면 처음부터 이런 영화에서 완벽한 해설을 기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장르 내에서도 이 정도의 모호함을 내세우는 고전들이 많으니까요. [더 헌팅]이나 [돌아보지 마라] 같은 영화들 말이죠. 이미 장르의 일부인 겁니다. 그리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도 아니에요. 이 영화가 품고 있는 개별주제와 이야기는 굉장히 선명하거든요.

보기 전엔 좀 이상한 영화라는 말을 들었는데, 소문과는 달리 준수하고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와 존재감도 만족스러우니 팬들에게도 추천하고요. (17/01/31)

★★★☆

기타등등
이 영화에 프랑스라고 나오는 곳들은 사실 대부분 체코더군요.


감독: Olivier Assayas, 배우: Kristen Stewart, Lars Eidinger, Sigrid Bouaziz, Anders Danielsen Lie, Ty Olwin, Hammou Graïa, Nora von Waldstätten, Benjamin Biolay

IMDb http://www.imdb.com/title/tt471478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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