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민 (2017)

2017.04.28 21:59

DJUNA 조회 수:7326


[모비딕]의 박인제 감독이 신작을 들고 왔습니다. 제목은 [특별시민]. 3선을 노리는 서울시장의 선거운동 이야기입니다. 최민식이 이 영화의 '특별시민'인 변종구를 연기하는데 언제나처럼 좋은 최민식 연기를 보여줍니다. 몰락하건 성공하건, 특별히 감정이입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악당이죠.

영화는 좀 [프라이머리 컬러스]를 닮았어요. 심은경이 연기하는 박경은 변종구의 청춘 콘서트에서 쓴소리를 했다가 스카웃된 광고 전문가인데, 이 사람이 우리의 가이드입니다. 선거운동을 겪으면서 박경은 정치판의 컴컴한 뒷모습을 알게 되고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되지요.

이건 정치영화 스토리의 기본 공식입니다. 한마디로 장르화된 이야기죠.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살짝 허구화시킨 클린턴 부부 이야기지만 그래도 장르화된 이야기인 건 달라지지 않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도 많고요.

장르물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고정된 장르의 공식이 과연 우리나라의 정치환경에도 맞는 걸까요? 이건 추리물이나 SF에서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입니다. 추리물이나 SF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꺼내 우리 식으로 로컬라이징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정치판은 그 나라의 사회, 문화, 역사에 훨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죠.

[특별시민]을 보는 동안 계속 설정에 궁금증이 드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멀쩡한 정신을 가진 젊은이가 (구)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과연 박경처럼 나이브할 수 있을까? 현실세계라면 과연 나는 박경과 같은 사람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을까? 이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질문일 뿐이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질문의 대상이 됩니다. 장르의 틀이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계속 충돌하기 때문이죠.

영화가 권력욕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영화가 얄팍해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물론 권력욕은 중요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선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행동 동기가 여기에 맞추어져 있고 다른 동기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그 세계는 허약해집니다. 현대 한국 사람들을 캐릭터로 삼은 [삼국지] 게임 비슷해져요. 그리고 현실 세계는 게임판이 아닙니다.

이런 영화는 알탕영화로 만들어지기 쉬운데, 의외로 벡델 테스트를 통과합니다. 여전히 남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지만 자기 일을 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죠. 캐스팅도 만만치 않고요. 단지 이 가능성을 조금만 더 살렸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양측의 선거전문가로 나오는 심은경과 류혜영 캐릭터를 보면 분명 저 캐릭터로 조금 더 할 수 있을 텐데, 왜 저기서 퇴장시키고, 저기까지만 쓰는 걸까?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거든요. 좀 갑갑해요. (17/04/28)

★★☆

기타등등
이기홍이 상대 후보인 라미란의 아들로 나오는데, 의외로 한국어 연기가 좋습니다. 좋은 교포 한국어예요.


감독: 박인제, 배우: 최민식, 심은경, 곽도원, 문소리, 라미란, 류혜영, 이기홍, 진선규, 김홍파, 조한철, 박혁권, 김수안, 마동석, 이경영, 다른 제목: The Mayor

IMDb http://www.imdb.com/title/tt615023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6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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