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20세기 20th Century Women (2016)

2017.10.06 17:27

DJUNA 조회 수:6420


마이크 밀즈는 2010년에 엄마가 죽은 뒤 갑자기 커밍아웃한 자신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자서전적인 영화인 [비기너스]를 만들었었죠. 이 영화로 아버지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6년 뒤 그는 이번엔 자기 어머니를 모델로 한 역시 자서전적인 영화를 들고 왔어요. [우리의 20세기]가 바로 그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비기너스]의 세계와 [우리의 20세기]의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이들의 이야기가 밀즈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도 아니고. 디안 퀴리의 초기 삼부작 정도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1979년의 산타 바바라. 제이미라는 15살 소년의 관점에서 전개됩니다. 밀즈가 1966년생이니 대충 계산해보시기 바랍니다. 제이미는 오래 전에 아빠와 이혼한 엄마 도로시아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사진작가인 애비가 그 집에 세들어 살고 있고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줄리가 자기 집처럼 드나드는 곳이니, 제이미의 삶은 이 개성강한 세 여자들에게 거의 지배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수리공 윌리엄이 역시 그 집에 세들어 살고 있지만 제이미에 대한 영향력은 여자들만큼 큰 편이 아니죠.

영화는 당연히 제이미가 이 여자들과 살아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밀즈가 세웠던 계획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죠. 세 여자들의 개성과 목소리가 워낙 강하다보니 제이미의 성장보다는 이들의 존재 자체가 더 중요해져버렸습니다. 밀즈는 굳이 이를 억누르지 않고 캐릭터들에게 갈 길을 열어줍니다. 그 때문에 영화는 70년대 페미니즘의 끝물에 선 각기 다른 세대를 대표하는 세 여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처럼 되어버렸죠. 여전히 제이미의 캐릭터는 중요합니다만, 커서 좋은 남자가 되고 싶고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이 소년에겐 성장의 주체로 존재하는 것보다 이 세 여자들의 삶을 관찰하고 이들의 삶을 하나로 묶는 역할이 더 큽니다.

영화는 15살 제이미의 목소리로 시작하긴 하지만, 1979년의 시점에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이후 삶을 정리하는 영화 후반에 이르기 전에도 영화의 시점은 79년과 현재를 오가죠. 그 때문에 79년의 삶은 이들에게 현재형이기도 하고 회상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두 개의 카메라로 동시에 이 시대를 보는 셈인데, 그 때문에 이 시기에 절묘한 입체성이 부여됩니다. 이 입체성에 빛을 더 하는 건 아넷 베닝, 엘 페닝, 그레타 거윅과 같은 훌륭한 배우들의 호연이죠. (17/10/06)

★★★☆

기타등등
쉽게 번역할 수 있는 [20th Century Women]을 [우리의 20세기]로 번역한 수입사의 결정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수입사에서는 다른 두 남성 캐릭터를 소외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변명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 대신 그래줄 필요는 없습니다.


감독: Mike Mills, 배우: Annette Bening, Elle Fanning, Greta Gerwig, Billy Crudup, Lucas Jade Zumann, Alison Elliott, Thea Gill

IMDb http://www.imdb.com/title/tt438588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3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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