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성공률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죠. 하지만 [상사에게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는 드문 히트작이었습니다. 물론 넷플릭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입소문과 분위기는 썩 괜찮아요. 심지어 속편을 제작한다는 소문도 들리는군요.

영화의 설정은 [시라노]와 [페어런트 트랩]을 합쳐놓은 것 같습니다. 하퍼와 찰리는 일중독인 상사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비서들입니다. 어쩌다가 만난 두 사람은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두 사람의 보스인 키어스틴과 릭이 연애를 한다면 자기네들에게도 여유가 생길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는 실제로 그런 힘이 있습니다. 보스들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일정을 조율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신인 셈이죠. 그들의 계획대로 보스들은 실제로 연애를 하는데, 물론 이 과정이 그렇게 무난하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90년대 쯤이면 극장에 꽤 많이 걸렸을 법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영화의 배경인 뉴욕은 발랄하고 긍정적이고 다채로운 판타지 세계이고 나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착하고 귀엽습니다. 당연히 해피엔딩이고 아주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온갖 소동을 겪고 나면 네 주인공은 모두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고요. 그러니까 결말까지 예상이 되는 안전한 장르영화입니다. 조금 따분하게 들리지만 아마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어느 정도 뻔하기 때문일 겁니다. 요새 이런 영화들은 괴상할 정도로 희귀해졌으니까요.

좀 생색낸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두 이성애자 백인 젊은이가 주인공이지만 그들의 보스는 아시아인과 흑인, 찰리의 룸메이트는 게이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들에 대해 어떤 편견도 드러내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고 있죠. 찰리는 룸메이트와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고, 영화는 보스의 인종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티가 심하게 날 정도죠. 어떤 때는 대놓고 인위적이고요. 하지만 [상사에게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가 어떤 사람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 하는 사람 좋은 영화라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건 나쁜 가치가 아니잖아요.

이런 영화의 힘은 대부분 캐스팅에서 나옵니다. 명연기는 필요 없죠. 주인공들에게 관객들이 어느 정도 호감을 품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런 면에서 하퍼와 찰리 역의 조이 도이치와 글렌 파웰은 성공적입니다. 키어스틴과 릭을 연기하는 루시 리우와 타이 딕스는 이들과 인상적인 대비를 보여주고 있고요. 전체적으로는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무게 중심이 쏠려 있는 영화입니다. 예를 들어 릭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대단한 깊이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아니고 찰리와 릭의 관계도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퍼와 키어스틴의 관계는 꽤 풍성한 편이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품고있는 감정도 깊습니다. 여성 감독이 여성 작가의 각본으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겠죠. (18/07/03)

★★★

기타등등
조이 도이치는 리아 톰슨의 딸이군요. 검색해보고 알았습니다. 엄마랑 많이 닮았네요.


감독: Claire Scanlon, 배우: Zoey Deutch, Glen Powell, Lucy Liu, Taye Diggs, Joan Smalls, Meredith Hagner, Pete Davidson, Jon Rudnitsky, Tituss Burgess,

IMDb https://www.imdb.com/title/tt530499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