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는 로저 코먼의 1957년작 [크랩 몬스터의 공격]입니다. 방사능 돌연거미로 거대해진 괴물들이 나오는 싸구려 영화들이 인기였던 시절의 작품이지요.

영화의 배경은 남태평양의 작은 섬. 방사능 돌연변이로 거대한 괴물이 된 게들이 사는 곳이에요. 보통 이런 영화에서 괴물들은 등장하기 전에 뜸을 들이는 편인데, 이 영화에서는 안 그럽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보트에서 내리는 선원을 잡아 목을 댕강 잘라버려요. 다른 사람들은 무서워하지만 별로 놀라지는 않습니다. 이런 영화들이 워낙 많이 나왔으니 괴물이 있다는 것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닌가 보죠.

주인공들은 한 무리의 과학자들과 선원들이에요. 이들은 전에 이 섬에 왔다가 실종된 탐사대를 찾으러 왔지요. 선원이 죽자 이들은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만 이들을 태우러 오던 비행정이 폭발해버립니다. 섬에서 고립된 사람들은 이전 탐사대가 남긴 서류를 통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려 합니다. 그리고 유일한 여자 대원은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가요. 여기에 대한 코멘트는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서 어처구니 없는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크랩 몬스터는 그냥 덩치만 큰 게가 아니었어요. 잡아먹은 사람의 두뇌 안에 든 정보를 흡수하는 존재였던 거죠. 밤에 들린 실종된 탐사대 대장의 목소리는 사실 게가 한 말이었던 것입니다. 말도 안 되지만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었던 아이디어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럴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 때문에 여전히 영화 속 괴물 게는 그냥 괴물 게처럼 굴어요. 인간 목소리와 괴물 게가 따로 노는 거죠.

당시 괴물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은 뇌를 비우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따지기 시작하면 골치아파지지만 한 시간 동안 적절한 페이스로 할 것 다하는 영화니까요. 괴물 게도 괜찮습니다. 가끔 괴물을 조종하는 줄이 보이긴 하지만 그런 줄은 당시엔 [우주전쟁] 같은 A급 영화에서도 보였어요. 7만 달러로 찍은 영화치고는 결과물이 잘 뽑혔고, 코먼의 싸구려 영화 중엔 히트작이었습니다. (20/04/14)

★★☆

기타등등
개봉당시엔 로저 코먼의 외계인 뱀파이어 영화인 [낫 오브 디스 어스 Not of This Earth]와 동시상영 되었어요. 둘 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짧은 영화였으니 다 합쳐 봐도 영화 한 편 러닝타임밖에 안 되었지요.


감독: Roger Corman, 배우: Richard Garland, Pamela Duncan, Russell Johnson, Leslie Bradley, Mel Welles, Richard H. Cutting, Beach Dickerson, Tony Miller, David Arved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50147/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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