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라는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공산국가 시절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만들어진 닉 카터 영화입니다. 닉 카터는 셜록 홈즈의 유행을 타고 1886년에 만들어져 1세기 넘게 활약한 미국 명탐정이고요. 왜 굳이 이 공산국가 사람들이 닉 카터를 가져와 영화를 만든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작권 문제 같은 건 해결이 됐을까요? 이 영화에 나온 닉 카터의 캐릭터는 원작의 캐릭터와 얼마나 비슷할까요? 비슷하다면 오히려 신기할 겁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때는 19세기 말. 뉴욕의 명탐정 닉 카터에게 프라하의 귀부인이 사건을 의뢰해 옵니다. 프라하가 아마도 비엔나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는 명탐정 선생은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귀부인이 찾아달라고 하는 게르트가 개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알고 봤더니 그 개는 아델라라는 거대한 식충식물에게 잡아먹혔고 배후에는 복수를 노리는 무시무시한 악당이 숨어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미국의 명탐정을 체코슬로바키아에 끌어들어오면서 발생하는 충돌입니다. 좀 무식한 미국인을 놀려대는 영화예요. 닉 카터는 체코슬로바키아가 무슨 나라인지도 모르고, 거기선 다들 민속의상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면서 영화는 그러는 카터에게 필스너를 소개하며 우쭐거리기도 하거든요. 양쪽 방향 모두 조금씩 다른 의미로 촌스러운 구석이 있는데, 영화는 이를 숨기지 않습니다.

그 뒤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스팀 펑크 모험담입니다. 이 모든 음모를 꾸미는 폰 크란츠마르 남작은 전형적인 19세기식 슈퍼 악당이지요. 닉 카터는 쥘 베른의 장롱에서 훔쳐 온 것 같은 어처구니 없는 스팀 펑크 기계로 무장했고요. 그리고 얀 슈반크마이어가 직접 애니메이션을 맡은 거대한 식충식물이 있습니다. 이건 로저 코먼의 [공포의 작은 가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겠지만 또 모릅니다. 이 역시 흔한 소재니까요.

그 결과 완성된 건 1970년대 체코슬로바키아에서나 나올 법한 붕 뜨고 야시럽고 좀 어이가 없는데 다양한 영화적 상상력은 전혀 부족함이 없는 영화입니다. 어디선가에선 무성영화식 추적전이 벌어지고 다른 어디선가에서는 고풍스러운 로맨스가 진행되고 갑자기 아트하우스 애니메이션이 터져나오는 식이죠. 이것들이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연결되지는 않지만 그 느슨함 자체가 재미니까요. (20/06/11)

★★★

기타등등
유튜브에서 하는 We Are One 영화제에서 틀어주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youtu.be/_rJygYlIIGA


감독: Oldřich Lipský, 배우: Michal Dočolomanský, Rudolf Hrušínský, Miloš Kopecký, Ladislav Pešek, Naďa Konvalinková, Květa Fialová 다른 제목: Adele Hasn't Had Her Dinner Yet, Nick Carter in Prague, Adela Has Not Had Supper Yet, Dinner for Adele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7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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