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클라우드 Shadow in the Cloud (2020)

2021.04.23 21:43

DJUNA 조회 수:2238


[섀도우 클라우드]의 각본은 원래 맥스 랜디스의 작품이지요.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이 사람은 얼마 전에 성추행으로 할리우드에서 캔슬되었잖아요. 적어도 지금은요. 그래서 랜디스는 이 영화 촬영장 근처에도 가지 못했고, 감독인 로잰 리앙은 각본을 여러 차례 다시 썼대요. 하지만 랜디스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 영화 내용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자기 거라고 합니다. 어딘가 인터넷에 자기 각본을 올려다 놨다는데, 궁금하시면 찾아보시거나요.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인 이 영화는 세 개의 소재를 다루고 있어요.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여성들의 성취와 그들이 겪었던 성차별입니다. 두번째는 그렘린이에요. 20세기 초반에 영국 공군에서 도시 전설처럼 떠돌던, 비행기를 고장내는 초자연적 존재요, 세 번째는 당연히 일본 제로 전투기와의 공중전이지요.

이를 엮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클로에 그레이스 모리츠가 연기하는 모드는 정체불명의 상자를 들고 오클랜드에서 사모아로 가는 B-17 폭격기에 탑승합니다. 이륙하기 전 모드는 폭격기 밑의 터릿에 고립되고, 그 뒤로 목소리만 들리는 남자들로부터 엄청난 성희롱과 언어폭력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비행기는 그렘린들에 의해 조금씩 파괴되고 제로 전투기들이 이들을 향해 날아옵니다. 영화 중반이 지나 간신히 터릿에서 나온 모드는 자신과 상자에 든 무언가를 위해 자신을 공격하는 모든 것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이들 중 가장 잔인하고 폭력적인 건 첫 번째인 거 같아요. 적어도 모드가 다른 둘과 싸울 때는 동료들의 지지를 받습니다.

세 소재가 그렇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데, 전 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한 사람에게 성차별과 그렘린과 제로 전투기가 동시에 공격해 온다면 조화 따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요. 난장판인 게 당연하고 그게 바로 영화의 내용인 겁니다. 실제 전쟁에서도 이슈들이 순서대로 공격해 오지는 않지요. 그리고 조화 따위는 무시한 난장판만의 재미가 있잖아요. 모든 게 날씬한 예술적 일관성을 통해 진행되어야 이유는 없습니다.

공간을 아주 좁게 쓰는 영화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러닝타임의 절반 정도가 터릿에서 벌어져요. 그러니까 그 동안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건 클로에 그레이스 모리츠의 얼굴과 창을 통해 보이는 CG 그렘린, 제로 전투기들 뿐입니다. 이건 분명 도전적인 시도인데, 전 성공했다고 봅니다. 갑갑하긴 하지만 철저하게 고립되고 소외된 주인공에게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장치지요. 중반 이후 주인공의 공간이 넓어지고 액션이 커지면서 생기는 해방감과 서스펜스도 잘 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 액션 영화입니다.

상자의 비밀에 대해서는... 이건 스포일러니까 말할 수 없습니다. 저 같으면 다른 걸 썼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모드라는 캐릭터를 비현실적인 '여전사'로 그리는 대신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평범하지만 유능한 여성의 대표로 그리려 했다면 이는 효과적인 장치입니다. 그리고 아주 효과적인 서스펜스를 창출하기도 하고요. 상자의 정체를 알면 안 그럴 수가 없지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맥스 랜디스가.... 투덜투덜.... (21/04/23)

★★★

기타등등
[섀도우 클라우드]는 솔직히 아무 말이잖아요.


감독: Roseanne Liang, 배우: Chloë Grace Moretz, Nick Robinson, Beulah Koale, Taylor John Smith, Callan Mulvey, Benedict Wall, Byron Coll , Joe Witkowski, Liam Legge, Asher Bridle

IMDb https://www.imdb.com/title/tt969113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6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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