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디스패치 The French Dispatch (2021)

2021.11.24 14:24

DJUNA 조회 수:3811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제목은 프랑스의 앙뉘 쉬르 블라제라는 가상의 도시에 사무실을 둔 미국 주간지 이름입니다. 이 도시 이름만 봐도 이 영화가 실제 프랑스를 그리려는 의도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앙뉘 ennui'는 미국인 영화광에게 가장 친숙한 프랑스 단어일 테니 말이죠. (Ennui-sur-Blasé를 다 합쳐 읽으면 'boredom-on-apathy' 정도로 번역된다고 합니다.) [프렌치 디스패치] 잡지 자체는 [뉴요커]에서 영향을 받았대요. 영화가 끝나면 앤더슨이 영향을 받은 필자들 이름이 뜨는데, 재닛 플래너, 제임스 볼드윈과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파리 경험과 취재를 담은 기사와 에세이를 [뉴요커]에 보냈었지요. 파리에 살며 활동했던 미국인들의 긴 역사와 전통이 있지 않습니까.

영화는 프렌치 디스패치의 편집장 아서 하위처 주니어의 부고로 시작됩니다. 편집장의 죽음과 함께 이 잡지 역시 폐간될 예정이지요. 그 뒤로 이 잡지에 실린 네 편의 기사가 독립된 단편처럼 이어집니다. 이들은 모두 프랑스가 배경이지만 많은 경우 미국인 또는 외국인 중심으로 진행되고 언어의 사실성은 종종 무시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미국인의 경험과 환상에 대한 이야기이고 기사 내용의 주인공보다 종종 이를 담는 저널리스트가 더 중요합니다.

이들 상당수는 실제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모두 웨스 앤더슨의 덤덤한 스타일 속에 갇힙니다. 학생 운동 에피소드는 분명 68혁명 당시의 분위기와 사건들에서 직접 영향을 얻었고 이를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역사적 맥락은 탈색되어 있지요.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만족하겠지만 이를 공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보다보면 정말 재미는 있는데, 과연 앤더슨이 지금의 극도로 스타일화된 개성 안에서 언제까지 머물 것인가 궁금해지게 됩니다. 점점 자신의 모든 역량을 극단적인 한 점에 밀어넣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지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그랬던 것처럼 아카데미 비율 중심의 가변 화면비 영화입니다. 그건 이 영화를 위한 최적의 상영관은 롯데시네마의 LED관이라는 말이지요. 과연 거기서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21/11/24)

★★★☆

기타등등
앙굴렘에서 찍었습니다. 그건 영화 후반에 나오는 애니메이션 장면 작업을 위한 애니메이터들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었다는 뜻이지요.


감독: Wes Anderson, 배우: Benicio del Toro, Adrien Brody, Tilda Swinton, Léa Seydoux, Frances McDormand, Timothée Chalamet, Lyna Khoudri, Jeffrey Wright, Edward Norton, Willem Dafoe, Henry Winkler, Mathieu Amalric, Stephen Park, Bill Murray, Owen Wilson, 다른 제목: The French Dispatch of the Liberty, Kansas Evening Sun

IMDb https://www.imdb.com/title/tt884771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8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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