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와 조이 (2021) [TV]

2021.12.29 21:33

DJUNA 조회 수:1322


[어사와 조이]는 라이언과 조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주인공인 조선 배경 사극입니다. 당연히 이 드라마는 '퓨전 사극' 장르에 속하고,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 대부분은 시대착오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는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이들이 시대착오적인 액션과 드라마를 위해 도입한 재료들 상당수는 실제 역사에 바탕을 둡니다. 단지 이들 대부분은 양반남자들만이 주인공 자격이 있는 '정통사극'에서 다루지 않는 재료들일 뿐이죠.

조이는 김조이. 중인 출신의 유부녀인데 드라마가 시작할 무렵엔 남편과 이혼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라이언(나주라씨라고 합니다)은 장원급제한 최연소 홍문관 부수찬인데, 나랏일엔 별 관심이 없고 유일한 취미는 요리입니다. 두 사람은 이언이 암행어사가 되어 암약하는 동안 우연히 만나고 같은 팀이 됩니다. 어사가 나왔으니 악당도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박승이라는 뻔뻔스러운 탐관오리가 그 역할을 합니다.

퓨전이지만 시대배경은 구체적입니다. 17세기 중반. 그러니까 조선역사상 최악의 왕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인조가 다스리던 시대입니다. 한국 사극작가들의 아이돌인 소현세자는 이미 죽었습니다. 청에 끌려갔던 여자들 중 일부는 돌아왔고요. 이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어둡거나 진지한 사건 대부분은 이 시대상황과 엮여 있습니다. 그리고 박승은 이중 상당부분에 책임이 있습니다. 드라마가 박승보다 인종을 더 싫어하는 건 비밀도 아니고요.

개인적으로 박승과 관련된 음모 이야기가 엄청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좀 맞춤 악당이거든요. 조선 지배계급 남자의 나쁜 점을 모아 뭉쳐 만든 사람으로 드라마 끝에는 정말 처절하게 몰락해 카타르시스를 주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보는 동안 실제 역사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그 예정된 이야기가 그렇게 시원하거나 그렇지는 않더군요. 드라마가 보여주는 조선시대의 부조리함은 형식적인 권선징악과 해피엔딩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었으니까요.

드라마는 퓨전 설정의 코미디일 때 가장 재미있습니다. 전 조이, 환향녀인 광순, 노비 출신 무당인 비령이 함께 모여 자기 길을 개척할 때가 가장 좋았습니다. 다행히도 이언은 이들 사이에 잘 녹아드는 사람이고, 조이와 이언의 로맨스가 발전되는 동안에도 이들의 이야기는 쉽게 위축되지 않습니다. 저에게 가장 재미있었던 설정은 조이의 단짝 친구 보리 역과 비령 역을 같은 배우에게 주었다는 것이었지요. 보통 이런 일인이역 캐스팅은 주인공의 애인과 전애인에게 주잖아요. 이건 이성애 로맨스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여자들의 이야기를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전 박승의 이야기를 아주 빼버리고 이들의 비중을 늘린 시트콤이 이 드라마의 이상적인 형태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21/12/29)

기타등등
이 드라마의 영어 제목은 Secret Royal Inspector Joy인데, 조이가 암행어사인 건 아니지 않습니까.


연출: 유종선, 각본: 이재윤, 배우: 김혜윤, 옥택연, 채원빈, 배종옥, 양희경, 이상희, 민진웅, 박강섭, 이재균, 정순원, 김현준, 박신아, 정보석, 조관우 다른 제목: Secret Royal Inspector Joy

IMDb https://www.imdb.com/title/tt1518101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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