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The Martian (2015)

2015.10.11 22:27

DJUNA 조회 수:18875


셋 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과학 비중이 큰 영화라,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을 하나로 묶어서 비교하고 싶은 욕구를 피하는 건 그냥 불가능합니다. 물론 그 욕구를 굳이 피해야 할 이유도 없고요.

어디 보죠. [그래비티]는 가상의 동시대를 무대로 한 우주 스릴러, [인터스텔라]는 물리학과 천문학의 사고실험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하드 SF, [마션]은 우리가 화성과 우주비행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한 하드 SF입니다.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가 극단적인 정서적 고양을 의도하고 있다면 [마션]은 보다 오밀조밀하고 절제된 작품이고요. 개인적으론 [그래비티]가 영화적으로는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SF로는 아이디어의 도전정신이 가장 품부한 [인터스텔라]가 좋습니다. (전 좀 무리하는 SF가 좋아요.) 하지만 [마션]만의 장점이 있죠. 과학적 설정이 가장 안정적이며 도전과 응전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SF 스토리텔링이 가장 효과적으로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입니다. 모래폭풍 때문에 철수 중인 화성탐사대원 중 한 명이 운 나쁜 사고로 화성에 고립됩니다. 그는 혼자 화성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지구와 연락을 취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동료들이 남겨 놓은 자원과 그의 과학지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죠.

선례가 많습니다. 원조격인 소설로는 존 W. 캠벨의 [달은 지옥이다!]가 있죠. 영화로는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 같은 작품이 있습니다. 워낙 사고실험의 재미가 많아서 SF 작가들이 많이들 쓰는 설정이에요. 단지 앤디 위어의 원작 소설과 이 영화는 화성탐사와 관련된 최신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같지만 도구와 지식이 업데이트되어서 이야기의 중간 전개의 디테일과 방향이 많이 다르죠. 그리고 영화의 재미 대부분은 그 중간 과정에서 나옵니다.

고립된 주인공을 다룬 영화지만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와는 달리, [마션]은 은근히 앙상블 비중이 큽니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구와 우주선에 있는 동료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과학자이거나 엔지니어입니다. 과학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사람들이 개입해 계획을 망쳐놓는 일 없이, 오로지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만이 모여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계산해서 답을 찾아내는 영화인 겁니다. 트위터에서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이를 이 영화가 판타지라는 증거로 내세웠죠. 관료주의와 끝없는 전쟁을 벌여야 하는 나사 사람들에겐 판타지처럼 보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 안에는 정말 온갖 대리충족들이 다 있으니까요. 최악의 사고로 시작하지만 그 극복 과정은 최고의 판타지인 것입니다. 이들이 영화사 대신 열심히 영화 홍보를 하고 있는 데엔 다 이유가 있죠.

[마션]이 개봉을 준비하는 동안 화성에서는 액체 상태의 물이 표면에 존재하는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영화나 나사 모두에게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죠. 앞의 두 영화와는 달리 [마션]은 정말로 미래의 유인 화성탐사 계획에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식으로 SF는 조금씩 현실화될 미래와 가까워집니다. 그 미래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15/10/11)

★★★☆

기타등등
저중력 묘사는 여전히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가끔씩 노력은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감독: Ridley Scott, 배우: Matt Damon, Jessica Chastain, Kristen Wiig, Jeff Daniels, Michael Peña, Sean Bean, Kate Mara, Sebastian Stan, Aksel Hennie, Chiwetel Ejiofor, Benedict Wong, Mackenzie Davis, Donald Glover, Nick Mohammed, Chen Shu

IMDb http://www.imdb.com/title/tt365938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9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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