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선생 (2011)

2011.06.22 21:31

DJUNA 조회 수:9445


윤성호의 [도약선생]을 '완성도'나 '작품성'으로 저울질하는 건 큰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원래부터 이 영화의 지향점은 거기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벼운 유희이며, 완성된 결과물의 의미보다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의 재미가 더 중요한 작품입니다.


그래도 목표는 있어 보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아리랑 TV의 프로젝트 [영화, 한국을 만나다] 시즌 2의 첫 번째 작품이지요. 올해 열린다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홍보한다는 핑계도 있고요. 처음에는 진지한 여자장대높이뛰기 영화를 만들려는 개인적인 야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제한된 시간 제작비 한계 그리고 흥행 걱정 없이 아무 거나 해도 된다는 전형적인 B영화식 자유 속에서 조금씩 방향을 틉니다. 뭔가 진지하고 목적도 있었던 프로젝트가 전형적인 윤성호식 코미디가 된 것이죠.


스토리가 있습니다. 제작발표회 때 나왔던 시놉시스와는 전혀 다른 거지만요. 헤어진 룸메이트에게서 뭔가 늠름한 걸 하면 다시 고려해보겠다는 말을 들은 원식은, 육상계의 김연아를 찾는다며 직장인 수성공원을 찾은 전영록 코치의 눈에 들어 장대높이를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이후 크지 않은 키로 인해 아이돌 지망생으로 꿈을 전향한 전 육상꿈나무 재영도 어쩌다보니 이 계획에 말려들고요. 원식의 목표는 대회가 아닙니다. 함께 지내던 옥탑방까지 한번에 도약해 자신의 '늠름함'을 입증하는 것이죠.


척 봐도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게다가 영화는 각 캐릭터들을 처음 등장시킬 때부터 '이런 꿈을 꾸었다'라는 내레이션을 넣어서 이야기의 비현실을 과장하지요. 영화는 짤막하고 즉흥적인 개그들로 파편화되어 있고 결말을 제외하면 이를 하나로 묶으려 하는 시도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기자간담회 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정도로 내용이 잡힌 것도 편집자가 만들면서도 몰랐던 스토리를 찾아냈기 때문이라고요.


그렇다고 [도약선생]에 내용이 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영화에는 분명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눈에 들어오는 유쾌한 낙천주의가 있어요. 메달과 경기로 상징되는 스포츠 세계의 경쟁은 은근슬쩍 사라지고 없지만 도약의 쾌락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굳이 성공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경기에 나갈 필요도 없어요. 그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한 겁니다.


취향을 심하게 타는 영화입니다. 윤성호의 전작들을 따라가며 그의 개성을 익히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정체불명의 괴작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엔 굳이 그들에게 동의를 구할 생각도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대사의 독특한 감수성은 여전히 재미있고, 박혁권, 박희본 그리고 촬영 일주일 전에 '길거리 캐스팅'되었다는 나수윤은 모두 반짝반짝 빛이 나는 배우들입니다. (11/06/22)


★★★


기타등등

1. 보도자료에 따르면 원식은 원래 남자였는데 캐스팅이 잘 안 되어서 결국 여자가 되었고, 한 동안 머리를 짧게 깎은 박희본에게 남자 역할을 줄까 고려도 했었다고요.


2. 중간에 나오는 사자 자세 요가 장면은 [청춘불패] 유리의 오마주라고요.

 

감독: 윤성호, 출연: 박혁권, 박희본, 나수윤, 이우정, 다른 제목: Dr. Jump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Dr_p__Jump.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9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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